40대 중반, 평범한 주부입니다.
한중 통·번역사로 일 한 적이 있지만, 아기 옹알이 통역이 너무 좋아서 집에 눌러앉았어요.
그렇게 다른 사람 입에서 나오는 말에만 잔뜩 신경을 곤두세우다 보니 제 마음은 통역이 되지 않았어요.
통역되지 못한 마음을 붙들고 10년 넘게 살아가다가, 어릴 때 책을 통해 위로받았던 경험이 떠올랐어요. 언젠가는 책을 읽게 될 거란 생각을 했던 것인지, 책장에는 10년 동안 조금씩 사서 모았던 책들이 꽂혀있었습니다. 한 권씩 읽다 보니 내 마음을 번역하고 싶은 생각이 점점 쌓이게 되었어요.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할 때는 ‘이게 나한테 맞는 일인가?’, ‘이거 안 해도 아무도 신경 안 쓰는데 왜 쓰고 있지?’하는, 내가 던진 질문에 답하느라 시간을 많이 낭비했어요. 그러다 어느 날 ‘일단 우연히 시작했으니까 운명일까 필연일까 고민하지 말고 뭐라도 써 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시작된 글쓰기 시간이 지금 1년을 채워갑니다.
어쩌다 보니 우연히 읽는 삶에서 쓰는 삶으로 흘러 흘러 여기까지 오게 되었네요. 혼자 쓰는 일기는 아우성에 지나지 않아서 브런치 스토리, 인스타그램, 글쓰기 모임(박애희 작가님께서 이끄는 <쓰기의 책장>) 밴드에 글을 써서 올리고 있습니다.
지금은 평범한 고백, 다짐, 궁금증 같은 것의 나열이지만, 언젠가는 그 이야기들이 손끝에서 정갈하게 번역되어 여러 권의 책이 되어줄지 모른다는 상상을 해 봅니다. 잘 살고 싶어서 씁니다. 마음이 글이 되게 쓰려합니다. 쓰다 보면 읽고 싶고 읽다 보면 쓰고 싶어지는 이 순환 열차에 오래 머물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