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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건 럭키> 소더버그다운 영리한 컴백작

감독을 알고 있다. 쉬운 퍼즐을 재밌게 맞추는 방법을…


#02. 로건 럭키(Logan Lucky)

감독을 알고 있다. 쉬운 퍼즐을 재밌게 맞추는 방법을… 


 

(스포일러가 살짝 포함되어 있습니다.) 


 

필자가 좋아하는 남자 배우 베스트 3 중 한 명이 다니엘 크레이그다. 얼굴도 적당히 사연 많아 보이면서도 살짝 불쌍해 보이고, 체격도 그리 크지 않지만, 이 양반이 슈트를 장착하는 순간 정말 최고의 핏(일명 슈트빨)을 보여준다. 예전 배철수의 음악 캠프에 007 주제음악인 아델(Adele)의 Skyfall이 나오길래 ‘아… 다니엘 크레이그는 제가 생각하는 전 세계 최고의 슈트빨 남성인 거 같아요!’ 하고 문자를 보냈다. 25년 동안 청취하면서 문자 한 번도 소개 안되다가 그 문자 내용을 처음으로 철수 아저씨가 읽어주셨는데 철수 DJ는 자기는 동의할 수 없다고 한마디로 반박을 했다. 개인 취향이지만 최고의 슈트빨이라고 믿고 싶은 배우 다니엘 크레이그가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과 만나서 어떤 연기를 보여줄지 궁금할 수밖에 없는 영화였다. 


 



이런… 일찍 나왔지만 좀 더 일찍 출발했어야 했다. ㅠㅠ 


삼남매의 엄마이자 주부로 생활하는 필자는 브런치 무비 패스 초대장이 오면 가족들과 스케줄 조정에 먼저 들어간다. 이번 시사회 초대 확정은 상영 일자에 촉박하게 결정돼서 나왔던 터라 마음이 분주했다. 당일 가족 저녁 식사 준비와 아이들 돌보는 일을 부탁하고 극장으로 향했다. 극장이 대중교통으로도 좀 애매한 곳이라서 자가운전을 해서 가는데 휴일 앞둔 말일에다 퇴근 시간에다 오랜만에 쏟아지는 폭우에 엄청난 바람으로 인해 교통체증이 끔찍할 정도였다. 시간을 넉넉하게 잡고 출발했지만 늦고 말았다. 중간에 교통 정체가 너무 심해서 이번 시사회 포기하고 그냥 집으로 돌아갈까 고민하면서 우여곡절 끝에 극장에 도착했다. 상영시간에 15분 늦었고, 목이 너무 말라 급하게 생수 한 병들고 극장으로 들어갔다. 


 

이전에도 언급했지만 필자의 영화 감상은 ‘절대 스토리를 모르고 본다’ 쪽이라서 이번에도 포스터만 보고 무슨 자동차 경주 영화인가 보다 싶었다. 게다가 좀 멋진 남자 배우들 다 나오지 않나. 채닝 테이텀(스텝 업, 쉬즈 더 맨, 킹스맨:골든 서클), 아담 드라이버(스타워즈:깨어난 포스, 라스트 제다이/카일로 렌 役), 다니엘 크레이그(007 시리즈/007 제임스 본드 役)등… 이름만 들어도 영화에서 온갖 멋짐과 카리스마를 뽐내던 배우들이 총출동을 한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시사회에 늦고 황급히 들어간 극장에 앉아서 처음 마주 본 채닝 테이텀과 아담 드라이버를 못 알아봤다. 카레이싱 영화라면 뭔지 모르게 시크하고 깔끔하게 멋진 자동차 경주 선수로 나올 줄 알았는데, 뭔가 옛날 분위기의 남부 서부 영화에 찌질이 악당으로 나올 법한 남성들이 그득그득 화면을 메운다. 게다가 늦게 도착해서 받은 표가 맨 앞줄이니 배우들도 어찌나 크게 보이던지… 히어로 무비에서 볼 법한 비현실적인 멋진 근육의 소유남이 아닌 정말 현실적인 덩어리 몸을 가진 배우들이 연기를 한다. 채닝 테이텀은 덩치만 큰 더없이 둔한 루저로 보이고, 아담 드라이버는 불쌍한 얼간이면서 지능이 살짝 모자라 보이고, 필자의 마음속 1번 배우인 다니엘 크레이그는 중년 양아치 죄수로 나온다. 그런데 어쩌나… 그런 그들의 모습이 너무 현실적이라서 그들의 모습에 막 몰입이 된다. 하하하 


 


그러고 보니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은 예전에도 이런 식으로 영화를 풀어갔었다. 시대를 주름잡는 멋진 배우 데려다가 멋있지만 겉멋 든 허세 캐릭터로 관객들에게 현실감을 선물해주고, 마지막에 위트 있는 반전으로 관객으로 하여금 유쾌하게 상상하게 만드는 감독. 오션스 11, 12, 13 시리즈(?)가 그 대표적인 예다. 사실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은 영화계에 혜성같이 등장한 감독이다. 독립 영화 위주로 초기 작품을 만들다가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란 다소 파격적인 제목으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거머쥔다. (제목만 파격적이지 제목이 주는 이미지대로 절대 화끈하게 야한 영화가 아니다) 이때가 26살로 최연소 수상 감독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고, 아직까지 이 기록은 깨지지 않았다. 물론 이후에 수상에 대한 찬반 논쟁이 많았지만, 한번 받은 상은 날아가지 않은 법. 어린 나이에 이렇게 주목을 받는 것도 좋지만 본인에게는 부담감이요, 관객이나 평론가에게는 하늘을 찌를듯한 기대감과 ‘너 얼마나 잘하나 보자’라는 심리가 공존할 것이다. 이런 기대감을 대중적 흥행과 감독 특유의 스토리로 풀어가는 힘으로 <트래픽>과 <에린 브로코비치> 작품으로 여실히 보여준다. 

그리고 위에 잠깐 언급한 오션스 시리즈(원래 시리즈로 만들려고 한건 아니다)로 스티븐 소더버그 스타일의 범죄 액션 영화의 장르를 개척한다. 할리우드를 주름잡는 배우들이 화보처럼 등장하지만, 내용에서는 허당 캐릭터에 그들 간의 갈등을 쏟아내는 대사를 들어보면 이게 영화인지 현실인지 모를 정도로 절묘하다. 마치 예능과 다큐멘터리를 적절히 버무려서 관객들이 긴장을 풀면서도 웃으면서 즐길 수 있는 영화를 만들 줄 안다. 

엘비스 프레슬리의 손녀인 라일리 코프, 오랜만에 봐서 반가웠던 힐러리 스웽크, 한참 유명했던 케이티 홈즈까지… 깨알같이 나오는 조연들을 보는 재미도 제법 쏠쏠하다.  


 

로건 럭키 공식 메인 포스터


 

그랬던 스티븐 소더버그가 2013년 작품으로 감독 은퇴를 선언한다. 그러나 대중들이여. 셀러브리티의 은퇴 발언은 절대 믿지 마라.  4년 여만에 컴백 작품으로 <로건 럭키_Logan Lucky,2017>를 들고 온다. 곧이어 2018년도에도 새로운 작품을 개봉할 예정이다. 컴백 작품에서 선택한 그의 방식은 ‘트렌드를 반영하면서도 새로운 작품 세계를 향해 나가는데 적당한 몸풀기를 한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  필자는 이 감독이 상당히 영리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적당한 몸풀기로 아주 적절한 영화였다고 본다. 

영화사에 있어서 최고로 충격적인 반전 결말은 ‘절름발이가 범인이야’(유주얼 서스펙트, 브라이언 싱어 감독), ‘알고 보니 내가 귀신이었어’(식스 센스, M 나이트 샤말란 감독)가 아닐까 싶다. 관객으로서 정말 기억에 남는 영화지만, 감독 입장에서는 다음 영화 만들기 진짜 부담스러웠을 거 같다. 그래서일까? 나이트 샤말란 감독은 그다음 작품부터 식스 센스보다 더욱 충격적 결말을 만들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것에 비해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은 자기 스타일대로 영화를 만들었다. 사실 요즘 관객이 얼마나 똑똑한가. 영화 마니아라면 처음 몇 장면만 보고도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플롯을 이미 꿰고 있다. 히어로 무비의 전형적인 스타일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고, 범죄 액션 스릴러 무비에서 나오는 반전도 모두 예상 가능하다. 그래서 <로건 럭키>에서 나오는 퍼즐은 쉽다. 쉬워서 뻔한 이야기가 아닌 쉬운 퍼즐이지만 재밌다. 마치 머리 싸매고 루빅스 큐브를 맞추는 쪽보다 스트레스 풀기 위해서 돌리는 피젯 스피너나 피젯 큐브에 가깝다. 

우리 머릿속에 존재하는 멋진 남자 배우는 무식함과 둔중함에 가까운 남성들로 등장한다. 영화에서 너무 현실적인 남성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줘서 보다가 살짝 당황할 정도다. 그런 중에도 유머 코드는 잊지 않는다. 위급한 순간에도 SNS에 매달리는 인간, 모든 지식을 위키피디아에 의존하는 현실, 황당한 폭탄 제조법에 그저 웃을 수밖에 없고, 농담인데 농담도 못 알아듣고 정적의 2초가 흘러서 보는 관객이 민망해서 풉!! 하고 웃게 만드는 영화. 10년 만에 컴백하는데 빠르게 변한 세태를 이미 캐치하고, 더욱 똑똑해진 관객을 의식하고 ‘그대들의 유머 코드에 맞춰줄게요. 그 대신 내 스타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건 유지하겠어요.’라는 방식을 선택한 거다. 그래서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은 아주 영리한 감독이다. 


 

채닝 테이텀과 다니엘 크레이그보다 이 영화에서 나를 가장 놀라게 한 배우는 아담 드라이버다. 스타워즈에서 카일로 렌 역할로 우리에게 너무나 강렬한 이미지를 선사한 배우. 우울한 마스크, 내면의 분노로 두려워하면서도 가장 강력한 포스를 가지고 있던 남성. 저음의 목소리에 가느다랗지만 불을 뿜던 눈빛… 그래서 악역이지만 가장 매력적인 배우였던 거 같다.  

그.러.나!!! 스타워즈의 '카일로 렌'은 잊어라!!! 

<로건 럭키>에서는 혼자 심각한데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계속 웃을 수밖에 없는 연기를 선보인다. 진짜 얼간이 캐릭터인데 자신은 너무 심각해서 캐릭터 자체가 블랙 코미디다. 말귀도 잘 못 알아듣고 그런 모습이 너무 자연스럽고 진지해서, ‘저 배우 진짜로 저렇게 멍청한 거 아니야?’ 싶을 정도다. 하지만 영화 마지막으로 갈수록 멍청함이 진짜가 아닌 진정한 고수요, 포커페이스요, 멍청이 코스프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하긴 극 중 이름도 클라이드 로건이었던걸 보면 실제 강도단이었던 보니 앤 클라이드의 클라이드 배로가 떠오르기도 했다. 멍청함 가운데 진짜 강도의 속성을 숨긴 게 클라이드 로건의 본모습이 아니었을까 싶다. 

다시 봤다. 이 배우. 아담 드라이버


 

<로건 럭키>는 쉽지만 재미있는 퍼즐 장치로 가득한 영화다. 그렇게 때문에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도 ‘어머 어떻게 해!!!’라는 생각보다 슬며시 미소 지으면서 말도 안 되는 러브 라인이 그려지길 바라는 마음이었다면 내가 너무 넘겨짚은 걸까? 

그나저나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컴백을 환영한다.



*글 : 취미발레 윤여사 윤지영

*사진 출처 : 영화 <로건 럭키> 공식 웹사이트

*본 리뷰는 브런치 무비 패스로 시사회 관람 후 올린 글입니다.



취미발레 윤여사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yoonballet_wr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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