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을 올린 지 어느덧 네 달이 지났다. 오븐에서 갓 꺼낸 빵처럼, 뜨거운 김이 눈에 보일 정도로 따끈따끈한 상태다. 그래서인지, 최근에 만나는 사람마다 비슷한 질문을 건넨다. “결혼 생활은 어때?”, “신혼은 재밌어?”, “결혼하니까 뭐가 달라졌어?” 이제 막 결혼식을 올린 사람에게 이만한 안부 인사가 없는 듯하다.
결혼 전과 결혼 후, 달라진 것이 있냐는 질문엔 답하기 전에 고민이 된다. 결혼은 우리에게 전환점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이야기에 가까웠으니까. 우리는 결혼식 반년 전부터 같이 살았다. 아침엔 누가 먼저 일어나는지, 식사는 어떻게 해결하는 편인지, 세탁기는 언제 돌리는지 어느 정도 이미 익숙해진 상태로 결혼을 한 거다. 때문에 결혼식을 기점으로 생활 패턴이 변할 리가.
연애를 하는 동안 우리는 최대한 서로를 숨기지 않으려 애썼다. 있는 그대로를 솔직하게 맘껏 보여주었다. 피곤하고, 귀찮아하고, 힘든 얼굴도 미리 내보였었다. 그래서 결혼 후 ‘원래 이런 사람이었어?’라고 생각하며 놀랄 일도 아직까지 없다. 우리는 서로가 어떤 모습이든, 무엇을 하고 싶어 하든, 그 삶 자체를 최대한 존중하고 응원하기로 합의한 상태였다. 나는 결혼을 한 후에도 여전히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글을 쓰고, 책을 읽고, 만나고 싶은 사람들을 편히 만난다. 그러니 1년 전, 2년 전, 혹은 5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를 나란히 세워 놓고 비교해 보았을 때, 무엇이 ‘결혼 덕분에’ 달라졌는지가 선명해지지 않는다. 그래서 그 질문엔 이렇게 대답하게 된다. “잘 모르겠어. 이전과 달라진 건 없는 것 같아. 똑같아!”
하지만 행복하냐, 재밌냐는 질문엔 꽤나 흐뭇하고 자신 있는 표정으로 대답한다. “신혼이잖아. 완전히 행복함이 치사량 상태지.”라고. 이 말은 과장이 아니라 사실이다. 요즘 나는 반려 인간이 하는 모든 행동을 귀엽게 바라보고 있다. 그가 그 어느 때보다 웃기게 보이고, 사랑스러워 보인다. 말 그대로 가끔은 깨물어 터뜨리고 싶다는 욕구를 간신히 참아낼 정도다. 재택근무를 하다가도 띠. 띠. 띠 남편이 퇴근하고 현관문을 여는 소리가 나면, 어디서든 자리를 박차고 달려 나가 그를 꽉 끌어안는다. 집 안에서는 뒤꽁무니를 졸졸 따라다니며 토실토실해진 뱃살이나 엉덩이를 찌르기도 하고, 고양이와 함께 놀고 있는 남편의 모습을 미소 지으며 바라보다가 몰래 핸드폰으로 찰칵찰칵 찍어두기도 한다. 왜 이렇게 좋을까 싶을 정도로 좋다.
이런 이야기를 들은 친구들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꺅 소리를 내며 물개 박수를 치고 부러워하는 친구도 있고, ‘한참 그럴 때지.’라며 고개를 끄덕이는 친구도 있다. 결혼한 지 십 년을 훌쩍 넘긴 지인들은 대개 허허허 웃는다. 게임 고수가 튜토리얼도 시작하지 않은 레벨 0의 쪼무래기를 바라보듯, 그들은 아직 따끈따끈한 내 신혼 생활을 그저 귀엽게 바라본다.
함께 글쓰기 모임을 하는 글벗들 중 몇몇은 지금의 감정과 생활을 열심히 기록해 보라고 권했다. 지금만 쓸 수 있는 글이 있다고, 지금이 아니면 사라질 온도가 있다며. 먼 미래에 있을 언젠가, 분명 이 기록들이 도움이 될 거라고도 덧붙였다. 한 대 콱 쥐어박고 싶고, 멱살을 잡고 흔들고 싶고, 미워 죽을 거 같은 날이 오면 말이다. 결혼을 하고 10년 차쯤에 일상 에세이를 쓰려고 했더니, 장르가 바뀌어 있었다는 섬뜩한 경험담도 들었다.
지금 내 신혼의 장르는 로맨틱 코미디인데, 10년 뒤 결혼 생활의 장르는 범죄 스릴러나 공포가 되는 걸까. 나는 그 말이 웃기기도 하고, 딴 세상 이야기처럼 믿기지 않기도 하다. 이렇게나 즐겁고 좋은데, 정말 그런 날이 오긴 하려나.
물론 신혼 생활이 마냥 달콤하고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크지 않은 침대에서 둘이 자려니 대자로 누울 수 없고, 자꾸만 양말을 뒤집어 벗어두는 반려인간에게 으르렁거리며 똑바로 세탁함에 넣으라고 툴툴거릴 때도 있다. 하지만 그걸로 인해서 불행한가. 그건 아니다. 하루 스물네 시간 중 한 시간쯤의 불편함과 짜증이, 나머지 스물세 시간의 행복을 덮진 못한다. 다행히도 나는 스물세 시간을 더 크게 기억하는 중이다. 함께 웃었던 얼굴, 아무 말 없이 나란히 앉아 서로 할 일을 하던 편안한 저녁, 별일 없는데 그냥 따뜻하고 행복했던 감정들을 말이다.
십 년 뒤에 우리의 장르는 바뀌어 있을까. 가능하다면 “요즘 결혼 생활은 어때? 달라진 게 있어?”라고 묻는 누군가의 질문에, 그때도 이렇게 말하고 싶다. “나 여전히 행복해서 죽기 직전, 행복 치사량 상태야.”라고. 그리고 이전과 달라진 것은 없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