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야.

충만한 사랑을 주려고.

by 히읗

희야,

오늘은 너의 두 번째 생일이야.

정확히 2년 전, 엄마의 뱃속에 있던 네가 머리를 내밀고 세상 밖으로 나왔단다.


너를 낳고 나서 1년도 되지 않았을 때 직장 동료와 '아이를 낳고 기르는 일에 대하여'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단다. 그때 엄마를 '멈칫'하게 만든 질문이 있어어. 그 이야기를 해 주려고 해.


물론 요즘은 세상이 바뀌었지만 엄마 나이 또래(현시점 40대)들은 결혼, 출산과 관련된 질문 공격(?)을 받는 일이 흔했어. 예를 들어, 결혼을 안 했다면 왜 결혼을 안 하는지, 결혼은 언제쯤 할 건지, 결혼을 했다면 아이는 언제 낳을 건지, 몇 명을 낳을 건지...... 주로 이런 질문들이지. 이때 이런 질문들이 품고 있는 전제는 '결혼과 출산은 해야만 하는 것!'이 돼.

그 대화를 나눌 당시 엄마는 이미 결혼도 하고 아기도 낳은 경우였고, 직장 동료는 결혼은 했지만, 아기는 낳지 않기로 한 경우였어. 엄마는 예의를 차리고 조심스레 물었지.

- 요즘은 아기를 낳지 않고 딩크로 사는 삶도 참 좋아 보여요. 그런데 혹시 아기를 낳지 않기로 한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나요?


엄마는 '왜 아기를 낳지 않아요?'라고 묻지 않았으니, 스스로를 나름 깨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곧이어 그것이 착각이라는 것을 깨달았지. 왜냐하면 직장 동료가 이렇게 대답했거든.

- 특별히 결정적인 계기는 없어요. 사실 저는 아기를 낳지 않는 것은 현 상태를 유지하는 것뿐이니 거창한 이유나 결정이 필요한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오히려 아기를 낳는 일이야말로 특별한 계기나 결정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사람들은 왜 아기를 낳으려고 했어?라고 묻지 않고 왜 아기를 안 낳으려고 해? 만 물어보는 것 같아요.


- 오, 정말 그렇네요! 아기를 낳고 기르는 일이야말로 삶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다주죠!


정말 맞는 말 같았어.


-팀장님은 왜 아기를 낳고 싶으셨나요?


그제야 엄마는 생각해야 했지. 나는 왜 아이를 낳고 기르고 싶어 했는지를.


그동안은 아무도 엄마에게 그런 질문을 하지 않았으므로 정리된 답변이 떠오르지 않았어.


- 음, 저는 사실 구체적인 이유를 생각해 보지는 않았어요. 그냥 아기를 원했고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아이와 함께 새로운 수많은 경험들을 다시 한번 해보고 싶어요.

그때 엄마의 답변은 이것이 최선이었어.


그리고 2년 동안 진짜 엄마가 되어 너를 품에 안아 키우며 그에 대한 답변을 다시금 생각해 봤어. 엄마의 대답은 이거야.


- 충만히 사랑하고 싶어서요.

그리고 그 충만한 사랑을 전해주고 싶어서요!


그런데 이건 미약하나마 너를 직접 키워보고 나서 체험으로 깨달은 거라 아마 그 대화 당시로 돌아가더라도 이렇게 대답하기는 어려웠을 거야.

너를 품에 꼭 안고 있으면 엄마는 충만한 사랑이 이런 거구나. 하고 느낀단다.

물론 엄마가 화를 내기도 하고 너를 혼내기도 하고 육아의 힘듦을 토로하며 하소연하기도 하지.

그렇다고 해서 사랑이 줄거나 없어지는 건 아냐.


이런 차갑고 냉정한 자본주의 시대에 무슨 충만한 사랑 타령이냐고 할 이들도 있을 거야. 그런데 사랑 이외의 다른 이유들이 너를 낳고 키우는 이유가 될 수는 없는 것 같아.


그리고

모든 존재가 그렇듯,

희야는 유일무이한 존재야.

그런 네가 알려준 충만한 사랑에 감사해.

앞으로의 날들도 엄마와 아빠가 줄 수 있는 최대한의 사랑을 줄게.

생생하게 반짝이는 사랑을 너에게 줄게.



두 번째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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