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업고 책을 펼칠 수 있을까?
이토록 느슨하게 이어가는 고민을 끝내고 싶다.
오늘은 남편이 하루 종일 아기를 봐주겠다고 한다. 정말 고마운데, 설거지 통엔 젖병이 한가득, 빨래 바구니엔 손수건이 한가득이다. 일단 못 본 척을 좀 해보자.
왜 엄마들이 항상 바쁜 것인가 이제야 이해가 된다. 설거지를 하면서도 그다음 할 일을 끊임없이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기가 깨기 전에 설거지를 마무리하고 젖병 소독기를 돌리고 세탁기도 한 번 돌려야지, 어제 널어놓았던 아기 빨래를 개고 아…. 화장실에 곰팡이가 생기기 전에 청소도 해 놔야 할 텐데, 분리수거는 남편이 하겠지? 그런데 나…. 밥은 언제 먹지? 두 손을 설거지 통에 담그고 옹알이를 하는 아기가 울지 않기를 바라며 입으로는 ”어~엄마 옆에 있어요~이것만 하고 갈게~~ 오오~가요가요!’라고 거짓말을 하며 머릿속으로는 남은 할 일을 생각한다. 이러니 설거지만 하면서도 너무 바쁘다.
그럼 하루 할 일을 다 하고 나면 어떨까? 허리가 망가질 걸 알면서도 소파에 거의 누운 자세로 걸터앉아 바스러질 것 같은 손가락으로 휴대폰 화면을 더듬는다. 이제 더 이상 볼거리가 없을 때서야 쉬려고 하는데, 아~나 뭐 하고 있지? 하며 오래된 고민에 빠진다.
아기를 낳고 보니 원래도 고민이 많던 나는 더 고민이 많아졌다. 마흔에 아이를 낳았으니 이 아이가 내 나이가 되면 나는 팔십이 된다. 그때까지 무병장수할 수 있을까? 그보다 가까운 미래 초중고등학생까지라도 우리는 이 아이가 건강하고 바르게 커나갈 수 있도록 지지대가 되어주어야 하니 돌고 돌아 문제는 시간과 돈이다.
나는 방학이 있는 삶을 꿈꿨다. 그래서 사범대 국어교육과를 선택했고, 임용고사를 치렀지만 두 번 실패했다. 다행히 전공은 살려서 책 만드는 일을 하게 됐지만, 만족을 모르는 나는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항상 임용을 떠올렸다. 물론 교사라는 직업보다 정적으로 책을 만드는 이 일이 내 적성에 맞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년이 지나고 나서도 아직 임용을 생각하고 있는 걸 보면 해보고 후회하는 게 낫겠다 싶다. 지금의 회사보다 급여도 낮고 스트레스가 더 많을 것 같기는 하지만 아기를 낳고 보니 방학 동안 가족과 여행을 하며 살고 싶은 욕망이 커졌다. 결국 내가 충족하고 싶은 욕구는 시간과 안정을 주는 돈인 듯하다.
이 욕구를 충족하려면 다시 공부를 해야 한다. 사실 치열하게 해야 간신히 될까 말까이다. 일단은 실행을 해야 하니 며칠 전 예전에 공부했던 책을 꺼냈다. 그리고 아직 펼쳐보질 못했다. 참 고민은 더럽게 집요하게 하면서 시작은 이렇게 어렵다.
계획부터 세워야 하는데 그마저도 이 핑계 저 핑계 집안일과 애 보기부터 하고 해야지 하면서 미루고 있다.
엄마가 다시 공부할 수 있을까?
너를 업고 책을 펼칠 수 있을까?
이토록 느슨하게 이어가는 고민을 이제는 끝내고 싶다. 어차피 느림보 인생, 다시 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