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잡지를 읽을 때면 맨 뒷장부터 읽는 습관이 있다. 가끔은 앞부터 읽어가기도 하지만, 읽다 보면 불편하고 부담스러운 느낌이 들어 결국은 중간은 건너 뛰고 맨 뒤부터 읽게 된다. 그러면 편안해진다. 뒤에 있는 기사일수록 읽는 부담이 덜하기 때문이다.
머릿기사나 특집기사에는 힘이 많이 들어가 있다. 신문사나 잡지사의 입장에서는 더 많은 공을 들인 기사이고, 그래서 더 많은 독자가 정독해주기 바라는 기사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과도하게 힘이 들어가게 된다.
굵은 고딕체로 쓰인 과장스런 제목을 보면, 마치 읽지 않으면 중요한 것을 놓칠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읽지 않고 있으면 약간의 죄책감 마저 들 정도다. 이 모두가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한 필사적인 전략이다.
바로 그런 이유로 그런 메인 기사를 가급적 뒤로 미루는 나 같은 독자도 있다. 큰소리로 날 보아 달라고, 내 얘기를 들어달라고 외치는 사람보다, 차분한 목소리로 조용히 필요한 얘기만 하는 사람이 나는 더 좋다. 소토 보체(sotto voce).
부담스럽지 않은 기사들이 주로 배치된 뒤부터 읽어가다 보면 큰 목소리로 힘 주어 얘기하는 듯한 메인기사를 읽을 마음의 준비가 된다.
그런데 그런 준비를 마치고 메인 기사를 읽으면, 사실은 그리 부담스러워할 만한 내용까지는 아닌 경우가 더 많다. 메인 기사는 대개 당시 화제가 되고 있는 소재를 다루기에 어느 정도는 나도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읽고 나서는 마음이 약간 가벼워지기도 하고, 제목만 보고 지레 부담스러워했던 소심함에 약간 자책이 오기도 한다.
그렇지만 다음 날 신문을 받아들 때나 다음 호 잡지를 받아들 때면 또다시 뒷장부터 넘기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아무래도 나는 소토 보체 스타일에 더 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