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천 Mar 26. 2021

후회에 대하여

후회는 마음이라는 호수 밑바닥에 가라앉아 있다가

현재에 대한 불만이 마음을 휘저으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다.

그때 그 길을 택했더라면 삶이 완전히 달라졌을 텐데...     


이렇게 후회가 찾아오면 한동안 꽤 괴로웠다.

그리고 마음이 그렇게 뿌옇게 흐려진 상태에서는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리기 어려웠고

그러다가 또다시 후회하게 될 선택을 하기도 했다.  

   

모든 감정이 그렇듯 후회도 시간이 지나면 차츰 가라앉지만 

때로는 그러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했다.   

  

후회의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찾다가 이런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나의 현재는 과거의 선택의 결과다.

후회에 얽매이는 것은 그 선택이 가져온 결과로부터 벗어나려 하기 때문이다.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후회한들 과거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

때때로 후회가 찾아오는 것을 막을 수는 없지만 

선택의 결과에 대해 책임진다는 자세로 살아갈 수는 있다.

현재의 괴로움은 ‘잘못된’ 선택 또는 실수에 대한 대가를 치르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렇게 살다 보면 언젠가는 그 대가를 다 치르게 될 것이고

그러면 후회의 유효기간도 끝날 것이다.

      

후회가 들 때마다 이런 생각을 되뇌이자 

뿌옇게 흐려진 마음이 다시 맑아지는 시간이 조금씩 빨라지기 시작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런 생각도 하게 되었다.   

   

후회한다는 것은 과거에서 한 걸음 더 나아졌다는 의미다.

과거에 보지 못한 것을 볼 수 있게 되었고

알지 못했던 것을 알게 되었다는 의미다.     


그렇기에 그 당시로 돌아간다 해도 

현재의 내가 아니라 과거의 나인 한

나는 또 같은 선택을 할 것이다.     


과거의 선택을 바꿀 수는 없지만

현재와 미래의 선택은 내가 정할 수 있다.     


지금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후회의 감정이 들 때 과거의 경험에서 배울 것을 찾는 것이다.

그렇게 한다면 같은 상황에 처했을 때 조금은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내게 중요한 것은 현재와 미래이므로.     


이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나서도

후회는 때때로 찾아와 마음을 어지럽히지만

오랫동안 그 감정에 사로잡히지는 않게 되었다.     

작가의 이전글 뒤부터 읽는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