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람은 변한다
젊었을 때는 많이 웃었던 아내는 나이가 들며 웃음이 줄었다.
아내만 그런 것이 아니라 아마 대부분의 중년이 그럴 것이다.
왜냐하면 중년이 되면 많은 것들이 더 이상 새롭거나 신기하지 않기 때문이다.
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반짝반짝 빛나던 젊은 시절과는 달리,
또 인생의 새로운 단계에 진입한 신혼 시절과는 달리
삶에 대해 무덤덤해진다.
아내가 젊은 시절에 지었던 웃음을 다시 볼 수 있는 경우는
자식들을 대할 때이다.
특히 외출했다가, 다녀왔습니다~~ 하고 들어서는 아들을
아들, 왔어~~ 하며 맞이하는 아내의 목소리와 표정은
마치 신혼기에 나를 맞던 아내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물론 나는 아내의 그런 변화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별로 신기할 것도 즐거울 것도 없는 일상에서
그나마 누리는 작은 즐거움을 방해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환경이 달라지면 사람은 변하기 마련이다.
젊은 날 정의감에 불탔던 사람이
나이가 들며 돈이 최고라 여기는 매우 이기적인 모습으로 변하기도 하고
악착같이 돈을 모으는 일에만 골몰하던 사람이
여유가 생기면서 주위 사람을 돌아보게 되기도 한다.
상대를 위해서라면 목숨도 내어 줄 것 같은 시절이 지나고
김 빠진 시큼한 맥주 같은 시절이 왔으나
헤어지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지내는 부부가 있는가 하면
서로의 가슴을 헤집으며 치열하게 싸우던 풍랑 같은 시절을 보낸 후
공존의 노하우를 터득하여 고요히 순항하는 부부도 있다.
모두가 환경이 달라진 데 따른 변화다.
달라진 환경에 더 잘 적응하기 위해 생긴 변화다.
그렇게 보면, 생존의 원리에 따라 생겨나는 자연스러운 변화라 할 수도 있다.
2.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환경이 달라지면 겉으로 드러나는 양태는 변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의 본디 색깔은 크게 바뀌지 않는다.
중년 이후 아내의 웃음은 줄었지만
이익보다 정의와 의리를 중시하고
잠을 줄이더라도 맡은 일은 완수하고
타인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는 성품은 달라지지 않았다.
가끔 나의 말에 퉁명스레 답할 때도 있으나
그것은 그 상황에서 비롯된 양태의 차이일 뿐
아내의 본디 색깔은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그리 서운하지는 않다.
젊은 날 정의감에 불탔던 사람이
이제는 정의감은 내팽개치고 이익을 좇는다면
그는 본성이 그런 사람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젊은 날과 지금의 모습이 다른 것은 상황의 변화에 따른 양태의 차이일 뿐이다.
글을 쓰며 내게도 질문을 던져본다.
내게 있어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변화에 적응한다는 변명으로
본디 색깔을 퇴색시키고 있지는 않은가.
변해야 할 것은 무엇이고, 변하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