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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천 Jun 02. 2021

돈과 재미

지인 중 여러 모로 똑 부러지는 사람이 있다.

직장에서도 인정 받고 

자식도 잘 키우고 

노후 대책도 확실하게 되어 있는 사람이다.     


자신에게 충실한 사람이 대개 그렇듯이

그는 평소 다른 사람 일에는 무심한 편이다.

냉정하지는 않지만 필요 이상으로 신경쓰지도 않는다.

쿨하다고 할까.     


그는 큰 일이건 작은 일이건 판단이 분명한데

크건 작건 판단을 내리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는 편인 나는

그의 그런 모습이 신기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다.

어떻게 저렇게 똑 부러질 수 있을까.     


그러다가 우연히 그에 대한 힌트를 발견한 적이 있다.     

언젠가 무슨 이야기를 하던 도중 그가 이런 말을 했다.     


저는 어떤 일을 할까 말까 할 때

딱 두 가지 기준으로 결정해요.

돈이 되거나 재미있거나.     


스쳐가듯 한 그 말에서

나는 그의 삶의 핵심을 포착한 느낌이었다.     


돈과 재미      


과연 그렇다.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을 압축시켜 놓으면

이 두 가지가 될 것이다.     


너무 궁핍하지 않게 살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고

밥만 먹고 살 수는 없으니 즐길 거리가 필요하다. 

소득 수준이 높은 사회일수록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발전하는 이유다.

우리나라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발전하기 시작한 것도

먹고 사는 일이 어느 정도 해결된 90년대 이후다.     


재미의 범주를 보람의 영역으로 넓히면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갖가지 활동도 포함될 것이다.     


삶에 대한 이런 관점은 교육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교육의 목적이 (잘) 사는 데 필요한 것을 갖추도록 도와주는 것이라 할 때

물질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과

재미 또는 보람을 찾아 누릴 수 있는 안목을 기르는 것은

교육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한국의 교육은 첫 번째에 지나치게 강조점이 놓여 있어서 문제이지만.)     


그런데 이런 관점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생각과도 통하는 면이 있다.


그는 시(문학)의 효과를 재미와 교훈이라고 했는데

여기서 시(문학)는 당시 시민 교육의 중요한 부분이었다. 

당대 시민은 노예가 있어 직업을 가질 필요가 없었으니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교훈은 

직업에 필요한 실용적인 지식이라기보다

시민의 교양과 덕목을 기르는 데 필요한 지식이었다고 할 수 있다.     


돈과 재미     


이 두 가지는 누구에게나 꼭 필요하지만

어떻게 돈을 버느냐

어디에서 재미를 찾느냐에 따라

삶의 모습은 꽤 달라진다.     


그 지인은 직업 외에 재테크에도 소질이 있는 것 같지만

자세한 노하우를 공개하지는 않는다.

(이해한다. . .)     


재미는 주로 여행에서 찾는 것 같고

은퇴를 조금 당겨서 한 후

세계 여러 도시를 떠돌며 

여기서 한 달, 저기서 한 달 살고 싶다고 한다.     


그를 볼 때마다 나는 약간 반성모드가 된다.


나는 과연 재미나게 살고 있는가.


밥이야 굶지 않고 있고

꼭 큰 돈을 벌어야겠다는 욕심은 없지만

재미있게 살고 있다고 말할 자신은 없기 때문이다.     


어디에서 재미를 찾을 것인가.

순간의 재미가 아니라 지속적인 재미

재미 뿐만 아니라 보람이 있으려면

무엇을 하는 것이 내게 가장 맞을까.     


더 이상 젊다고 할 수 없는 나로서는

남은 인생의 숙제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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