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국
사는 일은
밥처럼 물리지 않는 것이라지만
때로는 허름한 식당에서
어머니 같은 여자가 끓여주는
국수가 먹고 싶다.
삶의 모서리에 마음을 다치고
길거리에 나서면
고향 장거리 길로
소 팔고 돌아오듯
뒷모습이 허전한 사람들과
국수가 먹고 싶다.
세상은 큰 잔칫집 같아도
어느 곳에선가
늘 울고 싶은 사람들이 있어
마을의 문들은 닫히고
어둠이 허기 같은 저녁
눈물자국 때문에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사람들과
따뜻한 국수가 먹고 싶다.
* * * * *
밀이 귀했던 옛날에는 국수가 잔치 때나 내놓는 귀한 음식이었다.
그래서 잔치국수.
수입 밀이 들어오고 국수의 신세는 역전되어
서민들이 후루룩 한 끼 때우는 음식이 되었다.
몇 년 만에 한국에 다니러 온 어떤 사람은
한국 사람들이 온통 투자에 정신이 나간 듯한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노동으로 번 소득이 하찮게 생각되고
회사에 다니는 일은 노예 생활로 여겨지며
돈을 굴려 세를 받거나 배당을 받는 자본가의 삶을 너도 나도 꿈꾸고 있어
어리둥절했다고 했다.
하지만 모두가 자본가가 될 수도 없을 뿐더러
그렇게 되면 일할 사람이 없어 세상이 멈출 지도 모른다.
현실에서는
고된 노동의 하루를 마치고
국수 한 그릇으로 끼니를 때우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호박을 썰어 넣은 따뜻한 국수 한 그릇이 생각나는 저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