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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천 Jul 06. 2021

"국수가 먹고 싶다"

국수가 먹고 싶다.


이상국     


사는 일은

밥처럼 물리지 않는 것이라지만

때로는 허름한 식당에서

어머니 같은 여자가 끓여주는

국수가 먹고 싶다.     


삶의 모서리에 마음을 다치고

길거리에 나서면

고향 장거리 길로

소 팔고 돌아오듯

뒷모습이 허전한 사람들과

국수가 먹고 싶다.     


세상은 큰 잔칫집 같아도

어느 곳에선가

늘 울고 싶은 사람들이 있어     


마을의 문들은 닫히고

어둠이 허기 같은 저녁

눈물자국 때문에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사람들과

따뜻한 국수가 먹고 싶다.


* * * * *


밀이 귀했던 옛날에는 국수가 잔치 때나 내놓는 귀한 음식이었다.

그래서 잔치국수. 


수입 밀이 들어오고 국수의 신세는 역전되어

서민들이 후루룩 한 끼 때우는 음식이 되었다. 


몇 년 만에 한국에 다니러 온 어떤 사람은

한국 사람들이 온통 투자에 정신이 나간 듯한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노동으로 번 소득이 하찮게 생각되고

회사에 다니는 일은 노예 생활로 여겨지며

돈을 굴려 세를 받거나 배당을 받는 자본가의 삶을 너도 나도 꿈꾸고 있어 

어리둥절했다고 했다. 


하지만 모두가 자본가가 될 수도 없을 뿐더러

그렇게 되면 일할 사람이 없어 세상이 멈출 지도 모른다. 


현실에서는

고된 노동의 하루를 마치고

국수 한 그릇으로 끼니를 때우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호박을 썰어 넣은 따뜻한 국수 한 그릇이 생각나는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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