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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영돈 코치 Oct 11. 2019

서로의 꿈을 응원하는 봉준호와 틸다 스윈튼(5번유형)

에니어그램 5번 유형

* 이 글은 알려진 사람들의 행동을 보고 판단한 것으로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입니다. 실제 현실의 모습은 다를 수 있음을 인지하시고 읽으시기 바랍니다. 


봉준호 감독과 틸다 스윈튼은 오누이 같다.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의 북미 개봉을 앞두고 ‘한국영화가 지난 20년간 영화계에 큰 영향을 끼쳤는데도 오스카상 후보에 오르지 못한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오스카는 국제적인 영화제가 아니라 매우 지역적인 영화제이다”고 답했다. 그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지만 팩트 폭격으로 해석되며 SNS 상에서 ‘신선하게’ 받아들여지면서 퍼지고 있다. 그는 어릴 때는 소심했으나 이제는 용기 있는 사람이 되었다. 그는 에니어그램으로 5번 유형이면 소심하지만 8번 유형으로 성장 방향에 있다. 그와 함께 작업을 하고 있는 틸다 스윈튼도 5번 유형이다. 이들의 관계는 형제이며 우상처럼 생각한다. 서로 창의적이라고 치켜세우고 바쁘다. 그녀의 도움으로 자신이 디렉션할 수 없는 부분들까지 디테일하게 표현됐다고 그는 고백한다.

"'설국열차'에서 틸다가 요크셔 액센트를 썼다던가, 그런 부분은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런 부분에서 시나리오 작가 못지않게 틸다가 창의적이고 언어의 마술사다. 뭔가 마술을 부리고 있구나 싶더라.

존 론슨 작가와 틸다를 만나게 해 준 적도 있다. 영어권 작가니 작가들끼리 재밌게 얘기를 해봐라 싶었다.
극 중 루시와 낸시가 전화하는 장면은 틸다가 직접 써 온 부분이 많이 반영돼 있다"

2012년 칸영화제에서의 처음 만날 때부터 마치 6개월 전 만난 사람을 다시 보는 것처럼 친근감이 있었다. 이후 <설국열차> 작업, 그리고 이후 각종 영화제에서 심사위원과 게스트로 만나온 둘은 이미 친구가 돼 있었다. 그녀는 그와의 첫 만남에 대해 "우리는 만나자마자 어린아이처럼 신나게 떠들기 시작했다. 나는 그에게 '재밌는 영화를 만들자'고 말했고, 그는 자신 있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사람들이 닭살스럽다고 느낄 정도로 서로 하트를 ‘뿅뿅’ 발사하며” 같이 작품을 하자고 의기투합하게 되었다. 그리고 2년이 흘러 스윈튼은 열차의 2인자 '메이슨' 총리로 분해 영화 안에서 가장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다. 우리는 무조건 함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문제는 그게 언제냐였다. 그래서 그는 시나리오도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설국열차'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본래 중년 남성으로 잡아뒀던 <설국열차>의 메이슨 역할을 여성으로 바꾸기도 했다. 한 편 작품을 한 관계로서는 그렇게 하기 힘들다. 그녀는 고백한다. "나는 그때 힘든 추수를 끝낸 농부처럼 지쳐있었다. 그러나 봉 감독과의 작업만큼은 포기할 수 없었다. 나는 그의 오랜 팬이었다. 실제로 함께 작업했을 때 그는 나에게서 새로운 에너지를 끌어내 줬고, 지친 나를 환기시켜줬다. 그와의 작업은 나에게 일이 아닌 휴가 같았다"

그가 그녀가 있는 스코틀랜드에 찾아왔었다. 옷방에서 이런저런 옷을 입어 보면서 여섯 살짜리 애들처럼 놀았다. 들창코를 꼭 해보고 싶다고 했고, 그러는 사이 캐릭터는 금방 완성됐다. 생선 파이를 오븐에 넣고 두 시간 뒤에 꺼냈을 때는 메이슨이 창조돼 있었다.

틸다 스윈튼은 연기 경력이 30년이 넘은 배우지만 감독을 가리는 편이다. 데릭 저먼, 웨스 앤더슨, 짐 자무시, 루카 구아다그니노 등 뜻이 맞는 감독과 함께 작업했다. 그런데 그와 계약한 것이 아니다. 계약이 필요 없는 사이이다.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봉 감독의 현장은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이에요. 작업하면서 계속 토론하고 대화할 수 있어 좋았어요. 전체적인 구조는 굉장히 견고한데 그 안에서 서로 서프라이즈를 만들어내는 식이었죠. 거시적인, 철학적인 큰 그림은 유지하면서 상세한 디테일도 놓치지 않는 재주가 있어요.”

그도 말한다. “서로에게 뮤즈가 되는 관계랄까요? 배우로서의 에너지나 연기, 표현력이야 당연히 좋을 거라 예상했지만 함께 작업하면서 창작자로서 동반자란 느낌을 받았어요. 아이디어가 워낙 넘쳐나는 사람이라 전 그냥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주워 담기만 하면 됐죠. 듀라셀 건전지 CM 속의 북 치는 장난감처럼 제가 북을 치고 있으면 틸다가 옆에 앉아 계속 탄창을 보급해주는 느낌이었어요.”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봉 감독은 스탠리 큐브릭과 좀 비슷해요. 매 영화 풍경은 바뀌어도 기운은 변하지 않아요. 가장 좋아하는 영화 딱 한 편을 꼽으라면 <살인의 추억>이겠지만, 모든 작품이 다른 세계, 다른 룩을 그려내고 있어서 어려운 선택이죠.”


그녀는 '살인의 추억'을 통해 그의 탁월한 능력을 알아보았다. '괴물', '마더' 등의 영화를 통해 그의 열렬한 팬이 됐다. 스윈튼은 감독으로서의 봉준호의 역량에 완전히 매료됐다. 스윈튼은 "그의 작품을 볼 때마다 '어쩜 이렇게 독특할까'에 대해 늘 궁금해했는데 함께 일해보니 더욱 놀라웠다. 그는 구조적으로 완벽하게 영화를 설계함과 동시에 강렬한 에너지를 가진 사람이더라. 함께 일하며 달인의 틀에 내가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었다"라고 감탄한 뒤 "그는 촬영 전 모든 것을 철저하게 준비했다. 배우들은 그가 준비한 파티 안에서 자유롭게 즐기면 됐다. 나는 히치곡 감독을 가장 좋아하는데 봉준호는 그와 거의 같은 수준이다"이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스코틀랜트 출신의 스윈튼은 영국을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 중 한 명이다. 1994년 영화 '올란도'에서 중성적인 여성 캐릭터를 연기해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뒤 '나니아 연대기', '아이 엠 러브', '케빈에 대하여' 등의 작품을 통해 '연기의 신'이라는 애칭을 얻었다. 2007년에는 조지 클루니가 연출한 영화 '마이클 클레이튼'을 통해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조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사회정치학을 전공한 지성파 여배우인 스윈튼은 20대 무렵만 하더라도 작가를 꿈꿨다. 그녀를 배우의 길로 이끈 것은 극단에 소속된 친구의 영향이 컸다. 스윈튼은 "지금도 배우의 삶이 진짜 내 길인지 반신반의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연기를 하는 것이 글을 쓰는 것과 비슷한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기를 할 때마다 엄청난 에너지를 쏟는데 그 때문에 작가로서의 기를 다 뺏기지 않았나 싶다. 작품을 할 때마다 늘 '이게 마지막 영화야'라는 생각으로 임한다. 그러나 '다신 영화 안 만들어'라는 생각은 봉준호 감독과 같은 사람이 내 인생에 들어오면 또다시 바뀌게 된다.

칸영화제서 봉준호 그가 웃었다. 그녀도 9분간 기립 박수했다. "나는 그냥 열두 살에 영화감독이 되기로 마음먹었던 소심하고 어리숙한 영화광이었다. 이 트로피를 손에 들 날이 올지는 상상도 못 했다." 영화감독을 꿈꾸던 어리숙한 14살 소년이 황금종려상 트로피를 만지게 됐다. 그 옆에서 지켜주었던 그녀다. 중학교 시절 영화감독의 꿈을 품었던 봉준호 감독에게 인큐베이터 같은 곳이 있었다면 바로 아버지의 서재였다. 디자인 전공자였던 아버지의 작업실엔 수많은 관련 외국 서적들이 있었고, 봉준호 감독은 아버지가 안 계실 때 몰래 들어가 책들을 보면서 매일 그림을 그렸다. 자연스레 만화는 그의 유년기를 사로잡게 된다. 그는 항상 만화를 그렸고 중고등학교 시절을 거쳐 대학교 시절에도 ‘만화 그리기’는 항상 그의 곁에 있었으며, 영화감독이 되어서도 그는 직접 콘티를 그렸다. 만화와 함께 TV도 큰 영향을 주었다. 특히 AFKN에서 방영되던 할리우드 영화들은 그에게 또래보다는 좀 더 성숙한 영화적 경험을 선사했다. 틸다 스윈튼은 '기생충' 시사회에 참석하며 특급 의리를 자랑했다. 봉준호 감독은 "틸다가 저와 (송)강호 형 뒤에 앉았다. 엔딩 크레디트가 나오는 동안 극장 불이 안 켜진 상태에서 우리 둘의 어깨를 잡고 꽉 누르며 응원했다. 너무 기뻐하는 모습이었다. 바쁜 와중에 와 줘서 정말 고마웠다"라고 말했다. 그와 그녀가 오랜 우정을 함께 해서 더 좋은 작품으로 승화시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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