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계에서는 좋은 제목이란 내용을 잘 드러내면서 한 번만 들어도 기억되어야 한다. 제목의 핵심은 표현하고자 하는 내용을 최대한 짧게 읽는 독자에게 어필해야 한다. 최근 모바일에서는 책을 구매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책 제목이 너무 길면 기억하기 어렵다. 저자가 말하는 메시지란 책의 핵심 콘텐츠 내용을 한 문장에 요약할 수 있어야 한다. 제목을 정할 때, 처음부터 너무 완벽하게 정하지 않아도 된다. 어차피 지금 책의 가제목을 짓는다. 처음 가제목이라고 생각하고 쓰되, 어디까지나 내용과 맞게 제목을 달아야 한다.
책쓰기에서 중요한 것이 제목이다. 그 제목은 컨셉을 명확히 하기 때문에 잘 지어야 한다.
제목 짓기는 책쓰기의 진검승부(眞劍勝負)이다. 처음부터 정곡을 찔러야 한다. 제목은 책 맥락의 가장 대표적 특징을 말해줘야 한다. 독자가 제목 한 줄만 듣고도 내용이 무엇인지 감을 잡을 수 있어야 한다. 출판사의 편집자나 기획자는 밥을 먹고 제목을 짓는 사람들이다. 출판인들도 독자들에게 물어보는 이유는 혹시 자기 안에 갇히지 않을까 두렵기 때문이다. 혹시 『꿈을 찾아 떠나는 양치기 소년』(고려원, 1993)을 기억하는가? 원제는 『The alchemist』였는데, 국내 정서를 고려해서 그럴듯하게 고쳤다. 『연금술사』(문학동네, 2001)으로 재출간해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세계적 작가 파울로 코엘료도 나중에 판매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할 정도로 제목의 힘이 크다. 한눈에 잘 읽히고 각인되어서 오래오래 기억에 남아야 하는 제목은 약간의 핀트가 어긋나면 고생한 것이 물거품이 되는 것이다.
무릇 좋은 제목이란 좋은 비유를 닮아야 한다. 너무 까다롭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쉽지도 않으면서 사람을 궁금하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 워커 퍼시
1. 끌어당기고 싶은 문고리(door handle)와 같은 제목인가?
책 제목을 보고 손으로 집고 문을 열고 책 내용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좋은 제목을 보면 금방 컨셉을 알 수 있다. 책 제목이 독자를 끌어당기는 힘이 없으면 결국 문이 열리지 않는다. 흥미를 유발하지 못하거나 지나치게 선정적이면, 문고리에 아예 손이 닿지 않을 수 있다. 제목은 독자에게 읽히기 위해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이다. 궁극적으로 책이 생생하게 살아 있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표현해주어야 한다. 이 문을 잘 뚫으면 대문이 되어 대박이 되고, 잘 못 뚫으면 소문이 되어 쪽박이 되는 것이다. 책이 경제경영에 놓이느냐 인문 분야에 놓이느냐는 엄연히 다르다. 엉뚱한 방향으로 이야기하면 책을 들춰보지 않을 것이다. 예) ≪어른이 되어 보니≫
2. 한번에 파악할 수 있는 직관형 제목인가?
제목은 직관적(Intuitive)이야 한다. 예를 들면, 『뇌가 섹시해지는 책』저자 도미니크 오브라이언은 기억력 세계 챔피언으로 해외에서 알려진 인물이지만 국내 도서로 낼 때는 어떻게 제목을 지느냐에 따라서 다를 수 있다. 원제는 『How to Develop a Brilliant Memory Week by Week』였는데, 직역을 하자면“주별 멋진 기억력 개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는데 난감하다. 당시에 ‘뇌가 섹시하다’는 표현이 SNS에서 주목받고 있다. 우선 제목은 기억하기 쉬워야 한다. 스쳐 지나가면서 보더라도 직관적이야 기억할 수 있다. 두 번, 세 번 생각하게 만드는 제목은 피하는 것이 좋다. 지나친 기교보다 정면 승부가 통할 때가 많다.
3. 명확한 대상(target)이 있는 제목인가?
일반적으로 명확한 대상(target)에게 메시지를 전송하기 위해서는 제목이 시작되는 부분에 누구에게 이야기하는지 분명해야 한다. 제목이 시작하는 첫 부분에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마흔에 읽어야 할 손자병법』, 『50세부터 인생관을 바꿔야 산다』 등 대상자를 분명히 제목에 명시하는 방법이다. “서른, 마흔”에서 아예 숫자로 “20, 30, 40, 50”등으로 나이가 반영된 제목이 의외로 잘 쓰이고 있다. 명확한 독자 입장에서 표현함으로 공감을 얻을 수 있다.
4. 시대를 읽는 키워드(keyword)가 있는 명사형 제목인가?
시의성(時宜性)이 있어서 독자의 손을 잡게 만드는 제목이면 좋다. 예를 들면, 『블루오션』,『88만원 세대』『피로사회』처럼 정의형 제목이다. 제목 그 자체가 단순한 제목이 아니라 시대의 흐름을 대변하는 상징어가 된다. “감각이 없는 개념은 공허하고 개념이 없는 감각은 맹목적이다”고 철학자 칸트가 이야기한다. 지나치게 개념에 빠져도 안되지만 감각적 언어로 건져 올리지 않으면 안된다. 책의 핵심 메시지를 요약하여 단어로 정의할 때 힘이 생긴다.
5. 스토리텔링이 될 수 있는 비유형 제목인가?
출판사들의 입장에서는 기억하기 쉽고 강렬한 책 제목을 정하는데 거의 사활을 걸고 있다. 많이 쓰는 방법이 시에서 차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 스토리텔링이 될 수 있는 비유가 들어가면 좋다. 『나쁜 사마리아인』,『사다리 걷어차기』『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처럼 비유형 제목도 좋다.
6. 반전이 있는 역설형 제목인가?
좋은 제목이란, 작품과의 연관성을 가지면서도 의외의 한방이 있어야 한다. 제목으로 사용하지 않았던 말을 사용해야 새로울 수 있다. 제목을 보고 책 전체 뉘앙스를 유추할 수 있어야 하지만 새로운 반전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적을 만들지 않는 대화법』『마움을 받을 용기』등처럼 역설형 제목이다.
7. 호기심을 자극하는 질문형 제목인가?
예를 들면 『정의란 무엇인가』,『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 『어떻게 나를 최고로 만드는가』등 질문형 제목은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다. 질문형 제목은 독자들의 궁금증을 단박에 풀어줄 것 같아서 다들 좋아한다. 독자의 관심을 끌 수 없다면 책이 나오기는커녕 출판사의 휴지통으로 직행이다.
8. 주어와 동사가 있는 문장형 제목인가?
독자가 책을 오픈하는데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부분이 타이틀이다. 제목만 보더라도 독자가 책 내용을 어느 정도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등 ‘나는’로 바꾸는 것도 널리 쓰는 주어형 제목이다. 이런 제목은 개인적 욕망을 잘 반영한다. 아무래도 주어만 있고 동사가 없는 제목은 불완전하다. 동사는 피동형보다 능동형이 힘이 있다. 『단순하게 살아라』,『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 ‘~하라’는 식의 명령형 제목이 옛날에는 유행한 적이 있다. 최근에는 좀더 부드러운 표현으로 바뀌고 있다. 『하고 싶은 대로 살아도 괜찮아』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 주어와 동사를 함께 갖춘 문장형 제목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9. 해결책이 있는 구체성이 있는 제목인가?
『책 잘 읽는 방법』, 『막막할 때마다 꺼내 있는 면접책』해결책이 있는 방법은 오래전부터 익숙해져 있는 패턴이지만 여전히 유효하다. 실용적인 정보, 유용한 조언, 속 시원한 해결책을 제시해줄 것 같은 기대를 가지게 한다. 『생각 버리기 연습』, 『엄마의 말하기 연습』처럼 ‘연습’실행할 수 있을 것 같은 제목이다.
10. 수치가 포함된 제목인가?
제목에서 숫자로 정리한다면 구체적으로 보일 수 있다. 『1등의 습관』,『1cm 다이빙』, 『1그램의 용기』, 『1.4킬로그램의 우주, 뇌』등 정확한 숫자로 정리할 경우, 구체적인 것을 기대하게 된다. 『살아 있는 동안 꼭 해야 할 49가지』『초등학생이 알아야 할 100가지』등 구체적 가지수를 제시했다. 『끌리는 사람은 1%가 다르다』처럼 제목에 1%가 등장하더니『울트라러닝, 세계 0.1%가 지식을 얻는 비밀』0.1%까지 쓰이기 시작했다. 진짜 제목에서 많이 쓰이는 것이 숫자이다. 수치만큼 구체적인 것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