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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영돈 코치 May 05. 2021

귀 기울이는 것은 그 사람에게 기대는 것이다.

굿리스너(goodlistener)

나는 반백년을 살다 보니 귀 기울이게 된다. 처음 누군가에게 귀 기울이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그 사람에게 기대야 한다. 기대지 않으면 결코 사람과의 거리를 좁힐 수 없다. 그 사람이 하는 말만 들어서는 안된다. 그 말의 이면을 들으려고 귀를 쫑긋 세워야 한다.

어릴 때는 누군가에게 이야기하는 것이 부끄러워했다. 어쩌면 글을 잘 쓰게 된 것도 듣는 것보다 읽는 것을 잘하기 때문이기도 했다. 코칭에서 경청의 중요성을 귀가 닳도록 들어왔다. 청력을 검사받으면서 여러 생각이 지나간다. 내 이야기를 들어주었던 많은 사람들에게 감사의 마음이 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귀를 기울이고 듣는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는 성찰의 시간이 된다. 귀가 잘 안들리면 코치로서 결격사유일지도 모른다. 주변에 말만 하는 사람보다 상대방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경청하는 굿리스너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굿리스너(good listener)는 입을 닫고 귀를 연다. 귀가 열린 사람이 자신을 보호하기 쉽고 기회를 포착하기 쉽다. 지혜의 상징이 된 올빼미는 어두운 밤 커다란 두 눈으로 사물을 뚫어지게 응시한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이 모습을 보고 야행성 동물을 현명한 영물로 생각했던 것이다. 사실 올빼미는 커다란 눈보다 귀가 발달한 동물이다. 올빼미는 상하좌우에서 들려오는 소리의 미세한 시차를 감지해 음원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한다. 정확하게 파악하는 이유는 한 쪽 귀가 다른 쪽 귀보다 높고 귓구멍 방향도 좌우가 서로 다른 비대칭 구조이기 때문이다. 올빼미의 귀는 눈 주위로 움푹 파여 깃털로 덮여있는 안반 뒤에 감춰져 있는다. 올빼미는 이 안반을 움직이며 주변의 소리를 모아 뒤에 있는 귀로 전달한다. 눈과 귀가 완벽한 조화를 이뤄 소리를 듣는 능력을 가진 셈이다. 우리도 관찰능력과 경청 능력을 길러야 한다. 단지 자신의 언어로 상대방의 말을 해석하거나 이해하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 상대의 입장에서 제로베이스(zero-base)에서 이해해야 한다. 그때부터 말과 그 사람의 모습, 그 이면까지 들이기 시작한다. 그가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여백도 깨닫게 해 줄 수 있다. 안전지대가 아니면 사람들은 결코 속 깊은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다. 그래서 입체적으로 듣지 않으면 우리는 오해와 불신을 가질 수밖에 없다. 굿리스너가 된다는 것은 결국 그 사람을 전적으로 믿고 몸을 기울여서 상대방의 말과 몸에 기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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