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돈의 손자병법
가끔 리더의 결백은 문제가 되곤 한다. 필자가 몇년 동안 알고 있는 B씨는 일을 참 깔끔하게 마무리하지만 주위에 그리 사람이 많지 않다. 왜냐하면 바른 말만 하여 미움을 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B씨는 첫인상이 좋아 처음 그를 만나는 사람은 호감을 갖지만 곧 그에게 이런 저런 잔소리를 듣고는 점점 멀어져 가는 것이다.
손자병법에 '염결가욕(廉潔加辱)'라는 말이 나오는데, "너무 청렴하고 깨끗하면 가히 모욕을 당할 수 있다"는 뜻이다. 지나치게 원칙만 고수하면 사람을 놓칠 수 있다는 말이다. 결백한 리더일수록 설교하기를 좋아하고, 대중에게 청빈을 강요하거나 풍요로움을 악이라고 단정한다.
최근 CEO의 마인드는 무엇일까? 질문해본다. 사람을 다스릴 수 있는 사람은 아마도 사람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미덕을 갖고 있어야 할 것이다. 말못할 고민을 풀어줄 수 있는 CEO만이 부하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
원래 손자병법의 저자 손무가 살던 그 당시 역시 춘추전국시대로 강자만이 살아남은 시대였다. 한나라가 진을 무너뜨리고 대국으로 군림하려 할 때, 중국 서남부에 ´야랑´이라는 변방의 나라가 있었다.
어느날, 야랑으로 온 한나라 사자에게 당시 야랑의 수령 다동(多同)은 주제넘게 자신의 역량도 헤아리지 못하고 허세를 부렸다.
당시 야랑의 수령 다동(多同)은 야랑후(夜郞侯)를 자칭하고 있었는데, 그는 야랑이 천하의 대국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어느 날 다동이 영내를 순시하다가 부하에게 물었다.
“이 세상에서 어느 나라가 제일 큰가?”
“야랑이 제일 크옵니다.”
다동이 앞에 있는 높은 산을 가리키며 물었다.
“천하에 이보다 더 높은 산이 있느냐?”
“이보다 더 높은 산은 없사옵니다.”
강가에 이른 다동이 또 물었다.
“이 강이 세상에서 가장 긴 강이겠지?”
“물론이지요.”라고 신하가 대답했다.
야랑후는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한 무제의 사자가 인도로 가던 중 야랑을 통과하게 되었다. 야랑후는 사자에게 물었다. “한과 야랑 중 어느 나라가 큰가?” 한나라의 사자는 어이없어하며 대답했다. “한나라는 수십 군을 가지고 있고, 야랑은 그 한 군만도 못합니다.” 기가 질린 다동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에 멋대로 허세를 부리는 사람을 일컬어 ´야랑자대(夜郞自大)´라는 말이 생겼다.
허세를 부려 강한 척하다가는 언젠가는 정말 강한 적에게 멸망하고 만다. 굳이 이 고사를 소개하는 이유는 자신의 역량을 파악하지 못하고 허세를 부리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진정한 리더가 되고 싶은 사람은 자신의 역량을 파악하고 자신이 현재 어떤 위치에 있는가를 냉정하게 생각해야 한다. 자신이 갖고 있지 않은 것 마저 갖고 있는 척 하다가는 야랑처럼 실패한 사람이 될 수 있다. 진정한 리더는 이상을 품으면서 현실을 직시하는 사람이다. 당신은 어떤 리더가 되고 싶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