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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 부모의 마음 헤아려본다

아버지의 구두, 어머니의 공감

by 윤영돈 코치

오늘 어버이날이라 형님과 매형, 가족들끼리 본가 옥탑에서 고기를 굽으면서 회포를 푼다. 재활용하기 위해 구두 한 켤레를 내다 놓는다. 구두굽이 닳을 대로 닳았다. 뒷굽이 닳는 정도를 보면 어느 정도 그 사람의 걸음걸이를 유추할 수 있다. 닳는 정도를 보면 몸의 좌우 대칭은 어떤지, 어떤 걸음걸이로 걷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안짱 걸음인 경우 굽의 안쪽이 많이 닳고, 팔자걸음인 경우 굽의 바깥쪽이 많이 닳게 된다.

비 온 후 구두를 닦으면 좋다고 수선 아저씨가 말을 건넨다. 왜냐하면 습기가 구두에 있을 때 광이 잘 난다고 한다. 가장 큰 이유는 젖은 신발을 그대로 방치하면, 신발이 망가지기도 하고 기분 나쁜 냄새도 난다. 가죽 소재의 구두는 마른 천으로 꼼꼼하게 닦아주고 통풍이 잘 되는 그늘에서 말리는 것이 좋다고 한다. 이때 신발 속에 신문지를 넣어 보관하면 습기를 제거하고 곰팡이가 생기는 것을 예방한다. 절대로 가죽 구두에 드라이기의 뜨거운 바람으로 말리면 가죽의 형태가 뒤틀릴 수 있다. 자연스러운 게 좋다. 얼마나 걸어야 저렇게 낡을 수 있을까? 아버지의 구두를 생각해본다.

나의 1막은 유년시절 꿈만 있고 두려움에 떨던 시절이다.
비행기 소리가 크게 들리는 김포공항에 방구석에서 늘 방콕만 했던 아이였다.
심심해서 낙서를 시작했는데, 학교 갔다 와서 낙서를 어머니가 모아주셨다.
"엄마! 이것, 낙서인데 왜 버리지 않으셨어요?"
"네가 쓴 것인데 어떻게 버리니?"
그 말씀이 내가 글을 쓰는 원동력이 되었다.
어릴 때부터 형과 누나가 보던 아가사 크리스티의 추리소설을 좋아했다.
밤새 읽고 다음 이야기를 꿈에 꾼 적도 있다.
누나는 늘 그림과 노래를 좋아했고, 형은 싸움을 잘했다.
나는 어릴 때부터 보호 속에서 삶의 의미 없이 왜 살아야 하지? 늘 의문을 품고 살았다.
그러다 중학교 때 인생의 진로를 결정할 수 있는 계기가 생겼다.
햇살이 좋은 어느 날 마포중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있었다.
마종하 선생님이 우리에게 과제를 주었다.
"애들아! 돌멩이라는 소재를 줄 때니 다음 주까지 시를 써와야 한다."
"선생님! 시를 저희가 어떻게 써요?"
"애들아! 우리 안에는 시가 숨어 있단다. 단지 그것을 발견하지 못한 것뿐이지."
우리들은 다음 주에 시를 갖고 왔다.
마종하 선생님은 그 시를 하나하나 읽어서 칭찬을 해주셨다. 그리고 이렇게 고치면 더욱더 좋은 시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이야기하셨다.

그때 내가 썼던 글에 대해서 처음 칭찬이라는 것을 받아보았다. 그리고 한 친구가 그 글을 교지에 내었다.
난생처럼 내 글이 활자화가 된 것이다. 나는 열다섯에 뜻을 품다.
글은 글뿐이다. 글이 길이 되는 것은 용기를 내어서 한 발을 떼었을 때다.
내 글을 읽어주는 사람들은 마음으로 응원한다.
처음 대학 강의를 했는데, 어느 날 기업에서 강의 의뢰가 왔다.
가보니 내가 가르쳤던 학생이 기업에서 교육담당자가 되어있었다.
모든 사람에게 잘할 필요가 없다. 그럴 에너지면 단 한 사람을 위해서 살아야 한다
글도 마찬가지다.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없다. 단 한 명을 위해서 진심을 담아라.
그 뜻이 너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를 위한 큰 뜻이기를 바란다. 내가 쓴 문장이 나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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