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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영돈 코치 Sep 18. 2021

동네 문방구가 사라지면서 생긴 일

공간은 소중한 기억이 숨 쉬는 곳이다.

문방구는 동네 아이들의 소중한 기억이 숨 쉬는 공간이다. 우리 동네 문방구 자리에 세탁소가 생겼다. 요즘 문방구에서 노트나 연필 등 아이들 학용품 대부분을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구매하는 분위기다. 원하는 것을 구매하기 쉽다. 직접 보고 사려는 사람들은 동네 문방구가 사라지고 대형 문구점에서 산다. 우리 동네 문방구에면 그 많던 아이들의 줄도 없어졌다. 대형 문구점 셀프 계산대에서 터치 크린을 이용하면서 물건을 바코드로 쓱 대고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끝이다. 그 많은 캐셔들은 어디에 갔을까?


옛날 같으면 3명의 캐셔가 있었고, 긴 줄을 서야 했는데, 캐셔는 사라지고 3대의 QR코드 리더기만 자리 잡고 있었다. 나는 어색하게 QR코드를 찍고 모니터에 시키는 대로 카드를 집어넣었다. 단 몇 초 만에 계산이 완료되었다는 안내 문구가 뜬다. 밖으로 나왔다. 무엇인가 개운치 않다.

얼마 전아이 문제로 경찰과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대형 문구점에서 물건 하나 계산하고 같은 것 하나가 딸려가서 계산하지 않고 간 아이 문제로 CCTV 확인해서 조사를 하고 있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초등학생부터 성인까지 절도죄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계산이 하지 않고 경찰에서 CCTV 확인했다고 당사자에게 연락한다고 한다. 나갈 때 도난방지 기계음도 울리지 않았다고 항변해도 소용없었다.

대형 문구점에 합의하는데 무려 50배라고 하니 말이 나오지 않는다. CCTV 상에는 남으니 본사에도 연락해봤지만 합의서 내용을 수정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억울한 부분을 수사기관을 통해 해결하라고 한다. 절도하지 않았는데 절도죄를 인정하고 합의하는 것이 맞는 것인가. 기계 오류 또는 직원의 부주의도 분명히 있을 수 있는데 무조건 50배를 다 배상해야 한다고 하니 불합리하다. 부모는 아이들을 위해 50배를 당연히 물어줄 것이다. 아이들과 부모는 무슨 죄냐! 우리 때도 그런 일이 있어도 문방구 주인과 합의하거나 사과하는 선에 끝났는데 삭막한 세상이 되었다. 옛날 문방구 아저씨에게 혼나고 말일이 이제는 50배 돈으로 해결되니 마음 게운치 않다. 그 많던 문방구 아이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어제 #가정법원 난생처음 갔었다. 아이가 1000원짜리 코팩을 사면서 1개를 사면서 결제하고 1개는 결제하지 않은 것이다. CCTV에 남아있었다. 결국 경찰서에서 조사받고 가정법원에 넘어간 것이다. 아내는 무섭다고 아이를 데리고 서초동까지 가는데 아이는 갑자기 멀미를 하고 비닐에 다 쏟는다. 인생은 전장이다. 판사님께서 물어보신다. 정말 모를 수 있느냐!  아버지로서 어떤 처벌을 받는 것보다 아이를  믿어주고 싶었다. 아이는 일관되게 1개만 가지고 온 것으로 알고 결제했는데 짚으면서 1개가 가방에 떨어졌다고. 목소리가 높던 판사님도 들어보시더니 보호자에게 보호1호를 처분하셨다. 난생처음 겪는 일이라 글을 남겨놓는다. 한 아이를 키우는데는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불쑥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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