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정은 2019년 5월 전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고유정을 떠오르게 한다. 여성의 완력으로 시신을 훼손해 유기까지 하는 사건이 드물기 때문이다. 상대방을 해치고 시신을 유기했다는 측면은 비슷하다. 하지만 고유정에게 전남편 '방해 대상 제거'라는 분명한 동기가 있었던 데 비해 정유정은 살인 욕구를 충족하려 범행을 저질렀다. 정유정은 범행 대상과 일면식도 없는 타인으로 차이가 난다. 고유정이 미리 준비된 장소에 대상을 끌어들인 '트래퍼(trapper)'였다면, 정유정은 대상을 집적 물색하고 찾아가 범행을 저지른 '트롤러(troller)'라고 알려졌다.
킴 로스모(Kim Rossmo 1997)에 의하면 범법자는 네 가지의 사냥 패턴을 갖는다.
1. 헌터(Hunter)는 본인의 거주공간에서 지리적으로 가까운 범위에서 희생양을 물색하다.
2. 포처(Poacher)는 반대로 거주공간과 다소 거리가 있는 위치에서 광범위하게 활동하다.
3. 트롤러(Troller)는 일상생활 가운데서 먹잇감을 기다리는 기회주의적 성향을 보인다.
4. 트래퍼(Trapper)는 자신의 권위와 사회적 위치를 이용해 함정을 설치하는 특징을 갖는다. 이번 정유정은 트롤러보다 포처라고 해도 무방하다.
정유정 고등학교 동창이 등판했다. 정유정과 고등학교 때 같은 반이었다고 동창이 정유정이 살인을 저질렀다는 데서 큰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해당 동창은 "고등학교 때 같은 반이었다. 연락처도 갖고 있다. 정유정은 그때도 사람들과 정말 못 어울렸고 정말 이상했다"라며 "엄청 내성적이고 목소리가 작아서 착한 애인 줄 알았는데 사람을 죽였다니 진짜 충격받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저도 내성적이고 항상 내성적인 애들과 어울리다 보니 학기 초반엔 계속 다니면서 얘기도 꽤 했었는데 기묘하다"라며 "솔직히 느리고 말이 없고 멍하고 사회성이 떨어진다고만 생각했지 악한 느낌은 전혀 없었다. 그래서 더 놀랐다. 망상에 사로잡혀서 살인이라니"라고 말했다. 한 동창은 “커튼 뒤에 항상 가 있고, 간식 먹을 때도 커튼 뒤에서 혼자 먹었다”라고 떠올렸다.
필자가 추정하기에는 정유정은 에니어그램 6번이며 날개 5번일 가능성이 높다. 정유정의 어린 시절을 돌이켜 보면 사람에 대한 신뢰는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정유정은 신뢰할 만한 직업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었다. 지식 추구에 대한 열정이 강하고 호기심 강하다. 정유정은 내성적인 성격으로 거의 집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집에서 평소 방송 매체나 인터넷을 통해 범죄수사 프로그램을 많이 봤고, 지역 도서관에서 범죄 관련 소설도 빌려봤다. 이런 성격의 스트레스받는 요인은 예측 가능하지 않은 불확실한 것들, 자신이 거부당하는 느낌, 잘못된 결정을 내리는 상황, 우울하고 불안감이 휩싸일 때 스스로 고립시키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늘 걱정을 하는 성향이 발달하였고, 안정감을 줄 수 있는 확실한 답변, 인정할 수 있는 인물을 찾는 편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5년 동안 할아버지와 함께 살아왔다. 정유정 할아버지는 "내가 손녀를 잘 못 키운 죄로 유족들한테 백 배 사죄하고 싶고, 내 심정이 그렇습니다."라고 했다.
정유정은 2023년 6월 26일 오후 5시 40분쯤 부산 금정구에 있는 20대 피해 여성의 집에 찾아가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숨진 피해자를 선택하기 전에 과외 앱으로 무려 54명에게 접촉한 사실이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집에 혼자 사는지, 집에 찾아가서 과외를 받아도 되는지를 물으며 범행 대상을 찾는 치밀함을 보였다. 범행 이틀 전 과외 중개 앱을 통해 혼자 사는 A 씨에게 ‘자녀의 과외 교사를 구한다’며 접근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5년 동안 취업을 못 하다 보니 아마도 본인이 영어를 못하는 것 때문에 사회생활을 못 한다고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과외 애플리케이션에서 피해자가 아주 유능한 영어 선생님, 그러니까 일류대를 나온 영어 선생님이니까 목표로 삼은 것이다. 영어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조사 과정에서 영어가 중학생수준이라 취직이 안 된다고 한탄했다. 살인을 암시하는 메모도 정유정 집에서 나왔다. 새 공책 한 권에 '안 죽이면 분이 안 풀린다'는 글귀만 적혀 있었던 거로 확인됐다.
정유정은 당일 당근마켓에서 중고로 산 교복을 입고 A 씨의 집을 찾은 것으로 조사됐다. 정유정은 A 씨를 살해한 후 마트에서 락스와 비닐봉지 등 범행에 필요한 물품을 구입해 집으로 돌아가 여행용 가방(캐리어)을 챙긴 뒤 A 씨의 집에서 시신을 훼손했다. 정유정은 다음날인 27일 0시 50분쯤 시신 일부를 캐리어에 담아 택시를 타고 경남 양산의 낙동강변 풀숲에서 시신을 유기했다. 범행은 혈흔이 묻은 캐리어를 숲 속에 버리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택시 기사의 신고로 드러났다. 시신을 유기한 풀숲은 평소 정유정이 자주 산책을 하던 곳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범행 하루 뒤인 지난달 27일 오전 6시쯤 정유정을 긴급체포한 데 이어 피해자의 나머지 시신을 피해자의 집에서 발견했다. 부산에서 또래 여성을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정유정(23)이 사건 직후 피해자 옷으로 갈아입고 현장을 빠져나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정유정이 자기 집에서 시신을 담을 여행용 가방(캐리어)을 가져오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 CCTV 영상을 보면 신이 난 발걸음이다. 발걸음이 가볍다. 자기가 목표로 하는 행동을 달성하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이다. “보통 사람이, 아무리 범죄자라도 누군가를 죽이면 ‘이를 어떻게 하나’ 하면서 당황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한데 저 모습은 그런 공포나 당황스러운 모습이 들어 있지 않다”며 “단순한 ‘사이코패스’하고는 약간 다른, 제가 추정컨대 ‘경계성 성격장애’라는 게 있는데 어떤 성격 장애적 요인을 보이는 게 아니냐고 추정하게 만드는 굉장히 독특한 장면”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자백 당시의 발언과 일부 행동에서 사이코패스 정황이 보여 관련 검사가 진행되었다. 정유정이 사이코패스 진단 검사(PCL-R)에서 연쇄살인범 강호순보다 높은 28점을 받았다.
정유정은 덤벙대는 행동이 엿보인다. 수능시험날 고사장을 잘못 찾아서 선생님이 경찰에 알려서 다시 찾았다는 일화도 있다. 졸업사진을 찍는 날까지 늦게 왔다고 한다. 정유정이 현실감각을 잃은 듯한 모습이 사건 곳곳에서 드러난다. 가령 정유정은 처음부터 A 씨를 해칠 마음을 먹고 있었지만, 살인 이후에야 여행용 캐리어 등 유기에 필요한 물건을 조달하려고 현장을 벗어났다. 이 과정에서 정유정이 집과 가게, 현장을 오간 동선 대부분이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강한 살의에 따라 사람을 해치는 데만 집중한 나머지 범행 이후 유기 등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한 가지에만 골몰하면 시야가 좁아져 '다음 단계'를 떠올리지 못하는 것과 비슷하다. 이어 "캐리어에 담은 시신을 유기하려고 야심한 시각 택시를 탄 것도 마찬가지"라며 "적발되거나 택시기사에 의해 신고당할 가능성 등을 처음부터 떠올리지 못했기에 이 같은 행동이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유정은 5월 27일 새벽 경찰에 붙잡힌 이후 첫 조사에서 “피해자의 집에 도착했을 때 모르는 사람이 살인을 저지르고 있었고, 자신에게 시신을 유기하라고 시켰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경찰이 CCTV를 확인한 결과 범행 당시 정유정 말고는 피해자의 집을 드나든 사람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했다. 당시 경찰은 “처음 체포돼 오면서 횡설수설하는 등 믿을 수 없는 말을 계속했다”며 “‘진짜 범인은 따로 있다’ 라거나 ‘피해자와 다투다 우발적으로 그랬다’는 등 범행을 부인하다가 증거가 나오고 가족이 설득하니 결국 자백했다”라고 말했다.불안정한 자아는 자기가 어떤 사람이라는 인식이 없다. 나는 어떤 사람인지,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등에 대한 정의가 부족하다. 그래서 분노가 치밀었다가 우울했다가 하는 심한 감정기복을 나타내는 것이다. 정유정이 '은둔형 외톨이'라고 정의한 분들이 많다. 실제 은둔형 외톨이는 자기를 비난하느라고 타인을 공격하고 타인을 원망할 에너지가 별로 없다. 공격성이 자기에게 향한다. 반면 정유정 사건의 경우 그 에너지의 방향성이 너무 다르다는 것이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평범한 사람처럼 보이는 정유정 같은 사람이 주위에 있을지 모르니 미국에서처럼 이상행동을 보이는 청소년을 방치하지 말아야 한다. 혹시 당신 주변에는 그런 사람이 없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