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과 문학 2024년 가을호 신작 수필이 실렸다. 등단하고 첫 의뢰 수필이다. 제목은 '선을 긋는 연습'이다. 캘리그라피 배우는 이야기다. 곧 글씨 심리학으로 저자와 만나기 부단히 글을 써야 한다. 당신은 무엇을 쓰고 있는가?
#윤영돈
Young Don Yoon
선을 긋는 연습
- 윤영돈
요즘 캘리그라피를 배우고 있는데, 선을 긋는 게 쉽지 않다. 열댓 명인 수강생들은 거의 여자다. 남자는 나 혼자다. 월요일 오전에는 2시간씩 캘리를 배우고 있다. 선생님께 평소 궁금했던 것을 물었다.
“선을 긋는데 왜 분명하게 해야 해요?”
선생님이 말했다.
“모든 어긋난 관계는 분명한 선이 없어서예요. 진짜 선을 분명하게 긋는 연습이 필요해요. 인간관계도 비슷해요. 선을 넘는 사람들 때문에 심신이 소모되어요. 사이코패스는 글자의 간격이 없어서 겹치는 경우가 많아요. 글씨를 쓰는 것이 바로 마음을 훈련하는 거예요.”
캘리그라피는 ‘아름답다(kallos)’와 ‘필적(graphy)’의 합성어로 ‘아름다운 글씨’를 말한다. 그냥 아름다움이 아니다. 글이 가지고 있는 뜻에 맞게 아름답게 쓰는 것이다. 글씨를 쓰는 연습이 내면의 아름다움을 표출하는 훈련인 셈이다. 글씨를 배우게 된 계기는 어릴 때부터 악필이었기 때문이다.
“선을 긋는 연습을 잘하면 삶이 분명해질 거예요. 거절하고 싶은데 거절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사실 선을 긋지 못하고 있는 거예요. 관계의 경계가 분명하면 에너지 소모가 줄어들어요.”
어른이 된다는 것은 여러 방식의 삶을 통합하는 일이다. 자신의 삶을 방에 비유해보자. 인생에서 가장 은밀한 곳은 침실, 독서하는 곳은 서재, 가족과 식사하는 곳은 주방, 손님과 함께 하는 곳은 거실이다. 처음 만난 사람을 침실까지 들어오게 해서는 안된다. 후회하지 않으려면 소신을 갖고 분명하게 선을 쭉 긋는 연습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다이어트를 하는 여자는 남자의 행동 때문에 화가 났다. 케이크를 들고 온 남자의 방식을 거절하지 못했다. 현명하게 거절했어야 했는데 말이다. 선을 긋는 연습이 삶을 아름답게 한다. 당신은 선을 긋는 연습을 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