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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영돈 코치 Oct 12. 2024

한강은 어떻게 노벨 문학상을 받았는가?

한강 아버지 한승원 소설가

 가 한강은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한림원은 작가 한강에 대해서 “인간 삶의 유약함을 드러내는 강렬하고 시적인 산문”이란 평가와 닿았다. 2024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 한강(54)은 역대 수상자 가운데 20세기 출생 작가로는 여성으로 최초로 젊은 작가다. 한국인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게 된 한강 작가가 수상 기념 기자회견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수상 소식을 알리는 연락을 처음 받고는 놀랐고, 전화를 끊고 나자 천천히 현실감과 감동이 느껴졌습니다. 수상자로 선정해주신 것에 감사드립니다. 하루 동안 거대한 파도처럼 따뜻한 축하의 마음들이 전해져온 것도 저를 놀라게 했습니다. 마음 깊이 감사드립니다.” 

 한강 작가 아버지 소설가 한승원은 이날 오전 거처인 전남 장흥에서 기자들을 만나 “노벨 문학상 발표 직후 통화할 때에는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했는데, 오늘 아침 이야기를 해보니 생각이 바뀌었다고 하더라. 러시아, 우크라이나,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전쟁이 치열해서 날마다 죽음들이 실려 나가는데 무슨 잔치를 하고 기자회견을 하겠느냐면서 기자회견을 안 하겠다고 하더라. 딸이 한국에 살고 있지만 글로벌한 감각을 지닌 작가로 바뀌어 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청출어람(靑出於藍) 등의 말을 인용하며 "아버지를 뛰어넘는 자식을 '승어부(勝於父)'라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딸이 소설을 쓰면서 자신에게 상담이나 조언을 구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스승을 닮지 않고 홀로서기를 하기 위한 방법이었을 것이란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내 소설을 읽어보라고 한 적도 없다"며 "소설가는 서술 방법을 닮으면 안 된다. 김동리(소설가)가 한 사람만 있어야지 두 사람이 있으면 한 사람은 죽는다"고 말했다. 그는 딸에 대해 "아버지의 (글쓰기) 방법을 닮을까 싶어 그랬던 것 같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승원 작가는 딸의 강점으로 '끈질긴 성격'을 꼽았다. 자신이 젊은 시절 허리디스크로 고생하며 글을 쓰던 모습을 보고 자란 딸이 '끈질기게 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는 점을 배운 것 같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딸에게 '건강관리'를 당부했다. 그는 "소설을 쓰는 건 그야말로 중노동"이라며 "건강해야 좋은 작품, 소설을 쓸 수 있다"고 말했다. 

 한승원은 "아들과 딸이 쓴 소설 원고를 신문사 신춘문예 공모에 접수한 사람이 우리 마나님"이라며 공로를 아내에게 돌렸다. 그는 "문인들은 가난한 삶 때문에 자식들에게 '너는 애비처럼 소설 쓰지 마라'고 이야기하지만, 마나님은 나를 존경했기 때문인지 '가난하게 살더라도 이름하나 남기고 죽으면 됐지'라는 말을 아이들에게 했다"고 덧붙였다이어 "오늘 우리 딸의 영광은 마나님의 덕택"이라고 말했다. 한강 어머니 임 여사는 "딸은 어릴 때부터 생각이 많던 아이"라며 "남편을 만나 가난한 시절을 살았지만, 딸이 소설을 쓰겠다고 했을 때 반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임 여사는 "남편 글은 수월하고 딸의 글은 어렵다"며 "수상 소식을 들었을 때 '내 딸 만세'를 외쳤다"고 이야기했다. 


 한강은 어릴 때부터 아버지의 책에 둘러싸여 지냈다. 가난한 문학 집안 풍경은 정리를 미뤄둔 헌책방처럼 무질서했다. 특히 한강은 학창 시절에는 그 영리함을 눈치채고 영어책을 달달 외웠다. 고등학생 때 한글날 글짓기 대회에서 장려상을 받은 적도 있다. 한강은 비교적 이른 나이에 시(1993년)와 소설로 아울러 등단(1994년)했다. 첫 소설집 ‘여수의 사랑’을 출간한 때가 불과 스물다섯 나이인 1995년이었다. 첫 책에 수록된 단편들 대개가 어둡다. "젊은 작가가 왜 그리 슬픈 이야기만 쓰는가?" 는 질문에 웃으며 답했다. “슬픈 게 좋지 않아요?” 시로 등단한 지 20년 만인 2013년 내놓은 첫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속 12편의 연작시 ‘거울 저편의 겨울’의 지배적 정서다. 인간 사회, 인류 보편의 ‘추위’에 휩싸인 곡진한 공감.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특히 최신작 ‘작별하지 않는다’까지 어떤 소설도 아래 시들의 감성을 품고 있다. 

 한강이 피아노를 배운 것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소싯적부터 한강은 음악을 좋아했다. 한강은 어려서부터 피아노를 익혔다. 부모에게 뭔가 요구해본 적 없다던 그가 단 한번 매달린 것이 피아노 교습 기회였다. 가정 형편에 학원을 보낼 수 없던 어머니가, 10원짜리 종이 건반을 사 두드리는 초등생 한강을 볼 때가 “그 시절 가장 힘든 순간이었다”고 회고한다고 한다. 학원을 허락한 건 중3 때다. 한강이 다닌 피아노 교습소에서 강사 제안으로 문득 음표를 그려보게 됐다. 말하자면 첫 작곡인데, 강사가 감탄했다. “이런 불협화음은 무척 세련된 거야. 보통 네 나이 땐 이 느낌을 알기 어려운데.” 2007년엔 옛 노래 22곡에 담긴 아련한 추억을 담은 산문집 <가만가만 부르는 노래>를 펴냈다. 이 책에는 작가 자신이 작사·작곡하고 노래까지 부른 10곡을 CD로 함께 수록했다. 한 작가는 채널예스와 인터뷰하면서 “어느 날 꿈에서 어떤 노래를 들었다. 두 소절이었는데 그 노래가 잊히지 않았다. 그래서 가사를 적고 계이름도 적어 두었다. 그리고 한 곡 두 곡 계속 노래를 만들게 되었다”고 말했다. 조금이라도 더 건반을 만지고자 늘 5분 전 학원에 도착했던 열다섯살 그 시절을 한강은 소중히 기억한다. 사실 처음에는 학원을 마다했다. 중3이 되어서야 학원을? 늦은 거 아닌가? 고교 입시도 준비해야 했다. “괜찮다”고 답한 딸을 보고 어머니는 울었고, 아버지 한승원(85)은 말했다. “네가 배우기 싫어도, 엄마 아빠를 위해서라도 1년만 다녀줘라. 안 그러면 한이 돼서.”

 줄곧 인간의 폭력성을 화두로 삼은 한강 작가는 소설을 쓴다는 이유로 ‘그들’의 상처를 다시 열고 싶지 않아 주로 증언을 읽는 방식으로 취재를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메디치 문학상 수상 이후 연 기자간담회에서 작가는 “상을 받은 순간보다 소설을 완성한 순간이 가장 기뻤다”라고 말했다. 쓰는 동안에는 독자도 생각하지 않는 철저한 ‘소설주의자’가 데뷔 30년, 한국 문학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1993년, 〈문학과 사회〉 겨울호에 시 ‘서울의 겨울’ 외 4편을 발표하고 이듬해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붉은 닻’이 당선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당시 잡지 〈샘터〉에서 기자로 일할 때였다. 

 한강은 2007~2018년 12년간 서울예대 문예창작과에서 소설 창작론을 가르치다가 창작에 전념하기 위해 강단을 떠났다.


 문학평론가들은 한강의 섬세하고 시적인 문체와 문학적 환상성이 차별 포인트가 됐다. 소설이지만 운문처럼 읽힐 만큼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문장을 쓴다는 점, 민족의 비극을 드러내면서도 개인성에 초점을 맞춘 서사라는 점에서 차별화를 이뤘다는 평이다. 

 단지 국제 문학상이 쌓여 인지도가 올라갔다기보다는 작품 자체가 훌륭하다. 노벨 문학상 쪽에서 주요하게 언급한 작품만 보더라도, ‘채식주의자’(2007)가 110만부 이상 팔렸다.

‘소년이 온다’(2014)가 60만부

‘작별하지 않는다’(2021)가 20만부 가까이 독자와 만났다.


 번역도 큰 역할을 했다. 한국문학번역원을 통해 국외 번역된 작품이 프랑스 번역본 ‘작별하지 않는다’(메디치상 등 수상) 등 28개 언어권 76종, 대산문화재단을 통해 소개된 작품이 영어본 ‘채식주의자’(부커상 등 수상) 등 4개 언어권, 6종이다. "한강의 소설을 번역한 일은 내 인생에서 일어난 가장 멋진 일 중 하나”라고 말했던 영어 번역자 데버라 스미스의 역할이 크다. 그는 2010년 한국어를 독학으로 익히기 시작했고, 런던대에서 한국학 박사 과정을 전공한 재원이다. “내가 번역한 책이 영국 독자가 처음 접하는 한국 문화가 될 수 있다.” 원작에 대한 ‘충실성’보다 창의적인 현지화 번역을 방향 삼아 서구 독자와 감응했고, 부커상 심사위원회는 “탁월한 번역”이라고 평가했다.  한강 모교인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회의는 한강이 동의한다면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하거나 그를 교수로 임용하기로 결정했다. 한강 문학관을 세우거나 관련 창작 및 번역에 특화된 특수대학원을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다. 한강 작가의 부친 한승원 작가의 고향 장흥에서도 소설가 이청준, 한승원, 송기숙, 이승우 등 장흥 출신 문학계 거장들을 거론하며 ‘문학특구’를 강조하고 나섰다. 김성 장흥군수는 지난 11일 부친 한 작가의 집필실인 장흥 ‘해산토굴’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한승원·한강 부녀 작가 기념관 건립 의사를 드러내기도 했다. 더욱더 건필하길 응원한다. 


바로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9-m6MXR9U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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