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돈의 독습
왜 독습을 해야 하는가?
독습讀習이란 글을 읽으며 스스로 배워서 익힌다는 뜻이다. 독습의 ‘독讀’자는 ‘말씀 언言’과 ‘팔 육賣’이 합쳐진 글자다. 팔 육賣은 ‘날 출出’과 ‘살 매買’로 이루어졌고, 살 매買는 ‘그물망网(罒)’과 ‘조개 패貝’가 합쳐진 글자다. 여기서 그물망은 안목을 의미하고, 조개는 돈을 의미한다. 비즈니스 상황에서 돈 이익을 볼 수 있는 안목을 얻으려면 책을 읽어야 한다. 좋은 조개를 사 와야 소리 내어서 잘 팔 수 있는 것이다. 소리 내어 읽었다면 이제 익힐 차례이다. 독습의 ‘습習’ 자는 ‘깃 우羽’과 ‘흰 백白’으로 구성된 글자다. 여기서 흰 백白은 사실 ‘스스로 자自’가 변한 것이다. 알에서 깨어난 어린 새가 날개羽를 스스로自 퍼드덕거린다는 뜻이다. 새는 어미로부터 나는 법을 배우지 않는다. 자기 스스로 보고 듣고 읽고 익히는 것이 독습이다.
지적 자본은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타인의 의견을 존중하되 타인에게 의지하지 않고, 타인과 다른 독자적이고 확고한 견해를 가져야 한다. 지적 노동에서 흘린 땀을 통해 우리는 지적 자본을 축적할 수 있다. 이때 지적 노동이란 단순히 책을 읽는 행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피터 드러커는 지식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지식이란 언제나 존재 being에 대해 적용되는 것으로 생각해 왔다. 그러던 것이 어느 순간부터 지식이 행위 doing에 적용되기 시작했다. 지식 그 자체가 자원이 되고 실용적인 것이 되었다. 과거에는 언제나 사유 재산이었던 지식이 어느 한순간에 공공 재산이 되었다.” 다시 말해, 앎 knowing은 존재와 행위로 연결되어야 한다.
나는 기업, 자영업 창업, 공공기관, 학교와 그 외 교육기관 등 다양한 업계의 현장에서 뛰면서 교육, 컨설팅, 코칭 등을 해왔다. 초창기에는 쉽게 돈이 되다 보니 강의를 많이 했다. 하지만 강의를 하면 할수록 바쁘기만 하지 정작 나 자신은 발전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무렵 나의 경험을 책으로 묶게 되었는데, 그것이 모멘텀이 되어서 지금까지 10권 이상의 책을 쓴 저자가 되었다. 아는 것이 많다고 해서 성과 또한 좋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아는 것이 없으면 성과 performing를 내기 어렵다.
아는 것과 하는 것의 차이는 크다. 존재하는 것과 실행하는 것의 차이도 크다. 아는 것만 자랑하는 사람 치고 제대로 해놓은 것은 없는 경우가 많다. 당신은 이 세상에 왜 존재하는가? 자신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를 아는 것이 의미 있는 작업의 시초이다. 한편, 성과를 잘 낸다고 해서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는 것은 아니다. 당신은 어떤 사람으로 becoming 기억되고 싶은가?
어른이 된다는 것은 한 사람을 책임진다는 것이다. 어른인 척하는 사람 치고 진짜 어른을 찾기 어렵다. 인생은 그리 길지 않다. 소중한 시간에 책을 읽는
행위는 분명 자신의 존재 의미 meaning를 찾게 해 주고, 그것을 실행하는 데 도움이 된다. 지금처럼 복잡하고 산만한 세상에서 독습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 당장 집중 focus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생각을 촉진시키는 물음, 발문
• 내 인생에 영향을 준책은 무엇인가?
• 나는 어떤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인가?
• 그 일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 독습을 통해서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위와 같은 물음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모두 발문發問이라는 것이다. 책 읽기와 물음은 떼어놓을 수 없다. 그런데 물음 중에서도 질문과 발문은 약간의 차이가 있다. 질문이 자기가 잘 모르거나 의심스러운 것을 상대방에게 알아보고자 하는 것이라면, 발문은 학습자의 생각을 촉진시키기 위해 스스로 생각하고 이야기하게 하며 그로써 깨달음을 얻게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저자의 직업이 무엇일까?”는 질문이며, “저자는 왜 이 책을 썼을까?”는 발문이다. 발문을 하는 이유는 학습자들의 능동적인 활동과 적극적인 사고를 유발하기 위해서이다. 발문의 원칙은 간단하고 명료하며, 개괄적이면서 사고를 자극할 수 있어야 하고, 뚜렷한 목적을 내포하고 있어야 한다. 발문은 학습자의 경험과 지식의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개인별 특성을 최대로 고려해야 한다. 발문은 종류에 따라 크게 확산적 발문, 가설적 발문, 전이적 발문, 추론적 발문과 수렴적 발문. 이해적 발문, 적용적 발문, 성찰적 발문 등으로 나뉜다. 독서지도를 할 때는 발문이 학습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