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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공룡 Aug 11. 2019

#108. 슬럼프

< 윤공룡 그림일기 >



#.


자유롭게 그리면서 여러 사람들과 일상을 공유하고, 특별하지 않은 나의 일상으로 여러 사람들의 일상이 특별한 일상임을 깨닫게 해주고 싶어 시작한 그림일기.


그림으로 하루를 기록하는 그림일기를 그리는 것이 저에겐 일상에 뿌듯함과 기쁨을 가져다주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림일기를 그리는 것이 제 스스로를 압박하고 억압한다는 것을 느꼈어요. 일기를 쓰듯 그림일기를 그리는 것이 이젠 좋아서 하는 것이 아니라, 해야 하니까 하는 느낌으로 변했어요. 그럴수록 제 스스로가 빨리 그림을 그리라고 재촉을 하고 있었어요.


그림을 그리려고 저의 일상을 인위적으로 만들게 되고, 그림일기로 기록하려고 어떻게 서든 하루를 그림일기에 맞춰서 살아가는 느낌이 들었어요. 마치 주객이 전도가 되었다고 할까요... 나를 위한 하루가 아니라 그림일기를 그리기 위한 나의 하루가 되었죠.


전처럼 열심히 살아가던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스스로에게 '이러면 안 된다.', '어서 예전처럼 그려라.', '부담 갖지 마라.'라고 할수록 점점 하기 싫어졌으며, 흥미를 잃고 얻는 것은 답답함 뿐이었습니다.


혹시 이게 슬럼프일까요?

아니면 단순히 더운 날씨 때문에 몸이 지치고 쳐져서 그럴까요?


결국 시간이 해결해주겠지만, 얼른 예전의 의욕과 흥미를 되찾아 다시 열심히 그림일기로 하루를 기록하면 좋겠어요.


오늘의 그림일기가 내일의 그림일기가 되고, 앞으로 다시 쭈욱 이어나갈 수 있는 그림일기가 되길 바라며...

어쩌면 지금의 슬럼프가 두보 전진을 위한 한보 후퇴라고 생각하고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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