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공룡그림일기 >
#. 저작권 의식
얼마 전에 있었던 일입니다. 지인으로부터 연락을 받았어요.
"너 그림 혹시 이 사람(유튜버)이 쓴다고 했어?"
연락을 받고 나서 순간 이게 뭔 일이지 싶었어요. 최근 그림을 쓴다고 연락 온 사람은 페이스북 프로필 사진이나 인스타그램 프로필 사진으로 써도 되냐는 문의들이었고, 상업적으로 이용한다는 얘기는 일절 없었기 때문이죠. 지인께서 링크를 보내주셔서 꼼꼼하게 확인해보았습니다. 확실히 제 그림이 맞더라고요. 총 3번의 그림을 사용해 영상을 제작해서 업로드해놓았더라고요.
어떻게 해야 할지 멘붕이 왔습니다. 유튜버의 구독자 수는 곧 실버 버튼을 받을 정도로 생각보다 많았고, 저작권 의식이 없었는지 사용한다는 사전 얘기도 없고, 출처도 밝히지 않은 상황이었어요. 우선 해당 영상에 무단으로 제 그림을 사용하였으니 영상을 내려달라. 그림을 출처를 달아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등의 댓글을 달아두고 연락을 기다렸습니다.
몇 시간 후 인스타그램 DM으로 편집자분에게서 연락이 왔어요.
"죄송합니다. 시간에 쫓겨 영상을 제작하다 보니 미처 확인하지 못하고 작품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중략) 출처를 남기고 사용해도 될까요?"
...
저작권 의식이 없는 유튜버와 저작권 의식이 없는 편집자의 만남이었을까요. 저는 진심으로 사과를 하길 바랬으나 출처를 남기고 사용해도 되느냐에 포커스가 맞춰진 DM이더라고요. 더 화가 나고 열이 솟았습니다. 절대 안 되니까 그림 빼 달라고 강력하게 말씀드렸고, 편집자분께서는 영상 편집 후 빼도록 한다는 얘기를 하셨어요.
그리고 또 얼마 후. 영상을 확인해보니 3번의 사용 중 첫 번째와 두 번째 그림에 블러를 해놓고 3번째 그림은 아예 블러 처리도 제대로 되지 않았더라고요.(피해자가 일일이 꼼꼼하게 확인을 다시 해야 하는...ㅠㅠ/ 지금은 3개 다 블러로 처리했더라고요.)
결국 유튜브 측에 저작권 그림 무단 사용으로 신고를 넣었고, 영상이 내려지길 기대했으나 크게 달라질 건 없더라고요... 유투버들은 더욱 저작권에 민감해야 하는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저작권 의식이 부족한 사람들이 꽤 있는 것 같아요. 음악에 대한 저작권은 지키려고 하는 것 같지만, 그림이나 사진에 대한 저작권 의식은 부족해 보입니다.
무단 사용하다가 걸리면 본인이 사용함으로써 홍보도 되는 것 아니냐는 적반하장식 반응.. 홍보해달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말이에요. 본인의 영상 창작물만 소중하다고 느끼는 걸까요? 모든 창작은 힘든 일이에요. 창작을 위해 애쓴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깨닫길 바라고, 모든 창작자들의 저작권이 잘 지켜지는 세상이 오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