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유령과 한 달 살이 7

집세나 모기지를 내는 사람은 유령이 아니라 당신이다

by 윤도

그날 윤조는 ESL수업을 듣는 둥 마는 둥 하고는 집으로 와 수연과 유진이 하교하길 기다렸다.


"잠깐! 내가 뭐 잘 못 들었다거나 착각했다거나 에디말을 들은 후여서였다 같은 말은 사양할게. 이건 진짜야. 난 순간 너희들 중 하나가 뭐 잊은 게 있어서 다시 돌아온 줄 알았으니까."


수연은 입을 반쯤 벌리고 있었고 유진은 눈알을 한껏 위로 치켜올린 채였다.


"엄마, 유령이 나오는 집은 뭐 적어도 백 년은 되지 않았을까요? 다운타운 위쪽으로 가면 그런 으스스한 집 많잖아요. 그런데 산다면 모를까. 여기는 오십 년도 안 됐다면서요."


수연 말이 틀린 건 아니다. 윤조도 수많은 인터넷 자료를 찾아보면서 그 부분이 제일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집을 못 떠나는 유령이 있다면? 오십 년 전 젊은 부부가 초등학생 자녀들과 바로 이 공간에서 매일 아침 치렀을 아수라장이 눈앞에 펼쳐졌다. 가방을 멘 채 우유에 말은 시리얼을 입에 몰아넣는 아이를 재촉해 차에 태우는 젊은 아빠, 주말에 늦잠이라도 잘라치면 애들 데리고 공원에 좀 가라고 다그치는 아내에게 떠밀려 축 늘어진 어깨를 하고 야구 방망이와 글러브를 주섬주섬 챙기는 남자를 그려보았다. 혹시 그 젊은 아빠가 병이 나서 죽은 건 아닐까.


"엄마, 진짜 이상해졌어. 우리 교회 그만 다니자. 에디 만난 후로 이렇게 된 거잖아. 엄마가 그 사람말을 믿다니, 엄마를 범죄자로 오해까지 한 사람인데."


유진 말도 일리가 있다. 에디를 알기 전엔 유령의 존재에 대해서는 추호도 알 수가 없었으니까. 에디에 대한 호감도는 제로에 가깝지만 그의 말을 부정하는 건 아니다. 어쩌면 에디가 방문하겠다고 했을 때 이미 윤조는 유령의 존재를 인식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이건 에디와는 무관한 거야. 아니, 꼭 그렇다 할 수도 없지. 뭐랄까. 마치 유령이 에디를 통해, 그러니까 그제야 용기를 내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것 같달까."


"엄마아."


수연과 유진이 동시에 소리쳤다.



윤조는 늘 직감을 믿어왔다. 아니, 그러고 싶다. 살면서 '아, 것 필링(gut feeling)을 믿었어야 했는데' 하며 후회했던 순간이 얼마나 많았던가. 이번도 그렇다. 분명 누군가 존재하고 있다. 며칠 전 찾아본 기사에서 윤조는 흥미로운 내용을 발견했다. '집에 사는 유령을 대하는 다섯 가지 팁'이라는 제목이 달린 그 기사는 이러했다.


-두려워 말기: 두려워하면 유령은 더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려 한다.

-당당하기: 집세나 모기지를 내는 사람은 유령이 아니라 당신이다.

-기록하기: 좋지 않은 일이 연속해서 일어나면 전문가나 신부님의 도움을 받을 것. 또는 경찰을 부를 것.

-허용선 알리기: 어디까지 되고 어디까지 안되는지 바운더리를 확실히 해둘 것.

-감사하기: 당신 집을 좋아해서 못 떠나는 만큼 집을 수호하는 것에 감사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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