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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안드레아 Aug 10. 2020

농구, 좋아하세요?

만화 '슬램덩크'에 대한 [짧은 감상]

많은 이들에게 '올타임 넘버원' 만화로 꼽히는 만화 '슬램덩크'를 최근에 다시 정주행 하였다.

어린 시절 재미있게 읽었던 만화들도 성인이 되어 다시 꺼내 들게 되면 조금은 촌스럽고 유치한 감정이 

들기 마련인데 '슬램덩크'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30대가 되고 나서 읽어보니 더 좋았다.

 

'강백호'라는 풋내기 농구선수가 풋풋한 짝사랑으로 인해 우연히 시작한 농구에 빠져 든다. 

'소연’에게 오로지 잘 보이기 위해 시작했던 농구가 

어느덧 백호에게 큰 의미가 되며 인생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그러한 백호의 성장기를 '슬램덩크'는 그리고 있다. 


백호는 농구를 만나기 이전까지 자신이 진정으로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 알지 못한다. 

아니, 정확하게는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농구라는 것은 소연이라는 존재만큼이나 백호에게 운명처럼 다가와 전부가 되기 시작한다.

자신보다 모든 부분에서 뛰어난 모습을 보이는 '태웅'에게 질투를 느끼기도 하고, 

농구를 잘하고 싶어 무리하게 욕심을 부리기도 한다.

그렇게 백호는 무식하지만 묵직하게 농구에 대한 열정을 키워 간다.

 


백호는 마지막 산왕전에서 등을 크게 다쳐 교체된 후 

벤치 옆 차가운 코트 위에 엎드려서 함성이 자기 것 같지 않다는 사실에, 

더 이상 뛸 수없다는 사실에 분해한다.

빠른 속도로 성장했던 '지난 4개월이 꿈인 것처럼' 모든 것이 사라질 수도 있던 그 순간에, 

백호는 자신이 농구를 처음 마주하게 된 그 순간을 떠올린다.



"농구, 좋아하세요?" 



그 처음은 소연이었으나 마지막 순간에 백호를 일어서게 한 것은 소연이 아니었다.

농구였다.



"좋아합니다. 이번엔 거짓이 아니라구요"



백호는 자신이 농구를 이제 '정말' 좋아한다는 것을, 어느덧 농구가 자신의 전부가 됐다는 사실을, 

이 모든 것의 시작이었던 소연에게 털어놓는다.

그리고 '안감독님'에게 다가가 교체를 요청한다. 

자신이 그 이후에 선수 생활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그 순간 백호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조금은 미련해 보이거나 어리석어 보일 수 있겠으나, 백호에게는 그 순간만이 자신의 전부였던 것이다.



33살, 직장인 6년 차 대리가 되면서 열정이라는 것을 조금씩 잃어 가는 것 같다. 

온전히 좋아서 시작한 직무가 어느덧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 되지는 않았는지 걱정스럽기도 하다. 

어떠한 하나의 것에 온전히 자신의 인생과 시간을 바치는 백호를 보고, 

나 또한 가슴속에 남아 있던 심장이 ‘꿈틀’함을 느꼈다. 


백호는 끊임없이 성장한 것과 달리 나는 언젠가부터 그대로 머물러 있는지도 모른다. 

그를 보며 다시 나의 처음을, 열정을 떠올리게 되었다. 


하지만 그렇게 모든 것을 바치고도 백호의 '북산고'가 전국 제패 근처에도 가지 못하고 패배할 수 있음을, 

우리의 현실 또한 그러함을 '슬램덩크'는 담고 있다. 

노력하고도 이루지 못한 실패의 안타까움마저 담고 있는 ‘슬램덩크’는 그렇기에 결말마저 완벽했다. 


나는 다시 어떠한 하나에 목숨 걸고 달려들던, 그 순간만을 바라봤던 강백호가 되려 한다. 

새로운 시작을,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차근차근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 보고자 한다.



다만, 나의 마지막은 ‘북산고’의 결말과는 달리 해피엔딩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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