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와 주제

무엇이 먼저일까.

by 봄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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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이야기 씨앗을 만들 때 소재부터 만들어야 하는 줄 알았다. 재미있는 소재는 전개하기도 좋고 처음 분위기 잡는데도 편하니까. 하지만 이젠 알겠다. 왜 어떤 소설가가 마지막 문장부터 쓴다고 했는지 말이다. 주제는 망망대해에 저 멀리 떠있는 북극성이다. 어두운 밤이 와서 도저히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으면 주제라는 길잡이별을 보고 다시 방향을 설정하면 된다. 그러니 주제를 먼저 정하면 어떻게든 이야기가 마지막을 향해 갈 수 있다. 하지만 소재만 있고 주제가 없다면 아무리 재밌는 도입부도 결국엔 길을 잃고 만다. 그런데 쓸만한 주제는 벌써 앞선 이들이 다 써먹어버렸다. 게다가 새롭고 신박한 주제는 바닷속 대물 물고기 같아서 남들은 잡았다는 이야기만 들려올 뿐이다.


주제를 낚는 방법 중에 나에게 가장 잘 맞는 방법은 에세이를 쓰는 것이다. 소설이란 결국 사람들 간의 이야기라 주제란 놈도 사람들 사이에서 생기기 때문. 소설가들이 왜 굳이 에세이를 쓰는가 했더니 그 주제란 놈을 낚아 올리는 중에 생기는 부산물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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