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머신을 뛰면서 '요정재형'을 봤다. 이번 편엔 페퍼톤스, 루시드폴, 이상순이 나오는 편이었다. 크게 웃기다거나 요란한 개그는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50분 동안 뛰면서 계속 미소가 가시지 않았다.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고 누구도 무시하지 않는 그들의 유머는 살며시 두드리는 실로폰소리와 닮아서 웃음이 피실 피실 흘러나왔다. 실로 겨울에 어울리는 따듯한 다정함이 넘치는 에피소드였던 것 같다. 다들 아티스트여서 이렇게 몽글몽글한가 생각도 해봤는데 힙합이나 다른 장르의 아티스트라고 꼭 그렇지만은 않으니 아티스트여서 나는 건 편견일 테지. 안테나가 오래가는 것도 저런 다정한 사람들의 모임이라 그럴지도. 매서운 겨울에 딱 맞는 다정한 유머였다.
겨울이다. 드디어 얼죽아였던 사람들도 뜨아를 찾게 되는 계절. 이번 여름까지 남반구의 더운 나라에서 살다가 한국의 겨울을 다시 만나게 된 추위는 더 매섭다. 브라질에선 그다지 쓸모가 없었던 온수매트는 나의 최애 가전제품이 되었다. 잠깐 쓰레기라도 버리고 오면 차갑게 식어버린 몸을 데우는데 온수매트만 한 것이 없다. 그리고 한번 들어가면 이불속에서 녹아버린 몸과 정신은 마시멜로처럼 흐물흐물해져서 기분이 좋아진다. 물론 그래서 더 게을러지는 단점도 존재하긴 하지만.
사람관계도 그런 것 같다. 다정함은 따듯함과 가장 닮아서 누군가 커다란 겨울이 닥치게 되면 따듯한 다정함을 가진 사람이 주는 위로가 너무나도 절실해지지. 나의 아이들에게 매서운 추위가 닥치게 되면 따듯한 온수매트처럼 찾고 싶은 그런 엄마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