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래간만에 합정에 갔다. 한 3년 만인 것 같다. 편하고 오래된 친구도 만났다. 20대를 보낸 동네라 그런지 고향에 돌아온 듯 편하고 익숙한 기분이 들었다. 신기하지. 진짜 내 고향도 이런 느낌은 아니고, 지금 살고 있는 이 동네도 이런 기분은 아니다. 정작 합정에서 산 것은 얼마 되지도 않는데 말이다. 20대를 오롯이 보낸 동네란 그런가. 어릴 때 살던 곳은 행복하고 포근하긴 하지만 다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은 없다. 지금 살고 있는 이 동네는 결혼하고 중간에 외국 나갔다 온 것 빼고는 계속 살고 있지만 왠지 내 영혼과 딱 맞는 느낌은 아니다. 실은 계속 이방인 같다.
가끔 힘들 때면 합정으로 돌아가는 꿈을 꾼다. 그때는 가난하고 이루어 놓은 것도 없고, 외롭고 힘들었던 것 같은데 왜 나는 항상 합정으로 돌아가고 싶을까. 아마도 그때가 가장 자유로웠는지도. 아, 그리고 가장 열정적인 시절이었기 때문에, 자유로운 영혼들이 모여 예술에 대해 썰을 풀던 그 시절이 그리운지도 모른다.
옛날에 나를 알았던 사람들이 합정이 고향 같다는 말을 들으면 피식 웃을지도 모른다. "넌 그 정도 아니었어."라고 비웃을지도 모르지. 막상 그 시절엔 본투비 예술가들 사이에서 너무 평범한 것 같아 주눅 들어있었다. 하지만 평범한 영혼이었을지라도 합정 구석에 있던 내가 가장 편하고 재밌었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