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서 살면서 아이들이 무언가를 배우거나 그걸 가지고 발표회를 할 때가 많았다. 그럴 때마다 내가 외국에 와 있구나 실감한 점이 하나 있다. 외국의 선생님들은 아이들이 처음 무엇을 해냈을 때 그것이 객관적으로 아주 하찮은 결과물이라도 아주아주 드라마틱한 칭찬을 해준다.
첫 학교 음악 발표회를 갔을 때다. 1~2학년들이니 피아노도 한 손가락으로 띵띵 누르고 기타도 겨우 손이나 닿는 수준. 하지만 구경온 부모들의 반응은 거의 프로 연주가의 공연을 본 듯 열광적인 환호와 박수였지. 한국인인 나는 축구결승골이나 넣어야 나올 반응 속에서 어쩔 줄 몰라 박수나 겨우 치고 있었다. 연주를 마치고 인사를 하는 아이들의 얼굴에 떠오른 우쭐함과 뿌듯함이란.
신기하게도 처음엔 한국아이들이 악기도 훨씬 잘하고 연주도 멋들어진다. 그런데 하이스쿨쯤 가면 그네들이 우리 아이들보다 훨씬 잘하는 경우도 많고 저학년땐 그리 반짝이던 아이들이 하이가 되면 영 빛을 못 발하는 케이스도 많았다. 게다가 우리나라 아이들은 악기를 몇 년쯤 하면 그만하고 싶어 하지만 대체로 외국 아이들은 학창 시절 내내 혹은 그 이상 그 악기를 취미로서 계속 이어간다. 왜 그럴까.
우리나라 사람들은 처음 시작부터 남보다 못하지 않았으면 한다. 어찌 보면 겨우 손가락 하나로 비행기 치는 수준에서 조차 말이다. 처음 시작의 결과가 대단하고 멋진 사람이 누가 있다고. 신통찮은 결과에 가장 실망한 건 자기 자신일 텐데 말이다. 시작은 누구에게나 어렵다. 나만해도 못 하는 것이 두려워 시작도 못한 것이 많으니 말이다. 그러니 일단 가볍게 시작하자. 못 해도 괜찮아. 언젠가 잘하게 될 테니까. 수십 번 해도 안 되던 음을 정확하게 냈을 때 희열을 느껴보면 실패할까 봐 두려워 그만두는 일은 없을 테지. 아이들에게 못 하는 것을 시도한 그 용기와 못하는 것을 계속 노력하는 과정을 멋지다고 이야기해 주자.
그리고 나한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