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이의 기대를 한 몸에 받은 서른 돌쟁이
돌잔치(문화어: 돌잔치)는
유아가 태어나고 1년이 되었을 때,
만 1세가 되면 축하하는 의식으로
유아의 앞날이 번영하기를 기원하는
한국의 풍습이다.
서른의 나이에 "돌잔치"라니, 무슨 말인지 싶을 것이다. 약 3주 전, 24살에 입사하여 약 6년 동안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었다. 태생이 안정적인 것을 좋아하는 성향인 내가 퇴사를 하다니... 무엇보다 하루이틀 다닌 경력이 아니었고, 안정적인 대기업에다가 일도 열심히 하는 사람이자 내년엔 승진차수였으니 주변분들이 꽤나 충격이 컸나 보다. (아직도 만나거나 연락하면 "왜 퇴사한 거야?" 또는 "제발 돌아와"라고 듣는다.)
나의 MBTI는 사람들을 오지랖 넓게 챙기는 것이 특징인 ENFJ이면서도 일에 대해서는 상당히 이성적인 편이라 확실하게 맺고 끊는 ENTJ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퇴사하기 전에 회사 동료들과 일일이 인증샷도 찍고, 쿠키와 편지를 선물했지만 막상 나갈 때는 눈물 한 방울 없이 나갔다. 겉바속촉 같군.
취업 축하를 넘어 퇴사를 축하하는 문화가 언제부터 생긴 건지는 모르겠지만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6년 동안 수고했다, 회사에 있기에는 아까운 인재였다, 나가면 앞으로 잘 될 거다."라며 덕담을 해주셨다. 그럴 때마다 나는 "앞으로 뭐해먹고 살지는 모르겠지만 굶어 죽지 않게 살아보겠습니다."라며 감사의 인사(?)로 답했다.
케이크와 꽃, 앞으로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입장이 되면서 마치 돌잔치의 주인공이 된 기분이었다. "자- 여러분! 우리 아이가 무엇을 잡을까요? 판사봉? 돈? 연필? 우리 아이는 커서 뭐가 될까요?"의 기분을 서른에 느꼈다. 정작 30년 전 집에서 했던 돌잔치에서 나는 "실"을 잡았다. 다행스럽게도(?) 내 직업이 판사, 의사, 선생님으로 하나의 직업으로 사는 팔자는 아닌가 보다. 직업은 모르겠고, 최소 100살은 족히 넘어 살 것 같다.
나는 생각보다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 법을 느끼면서 큰 일들에 대해서는 흘러가는 대로 두면서 살고 있다. "저녁메뉴, 어떤 영화를 봐야 할지, 어떤 옷을 입을지"에 대해서는 오히려 고민을 많이 하고, "이사, 취직, 퇴사"등 인생에 있어서 큰 일에 대해서는 "될 일은 되고, 안될 일은 안된다." 라며 아무 생각 없이 대한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이렇게 대한 것이 일이 잘 풀렸다. 앞으로 뭘 하면서 먹고살지는 모르겠지만 준비한 자에게 기회가 온다는 말을 믿으며 뭐든 해보려고 한다.
굶어 죽지 않기 위해 뭐든 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