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기지 마세요.

창작자의 피부를 건드리는 일에 대하여

by 전지시

물건을 훔치면 도둑이라고 부르면서, 왜 마음을 훔치는 일엔 그렇게 관대한 걸까.


누군가의 글 한 줄, 그림 한 점, 노래 한 소절을 “그냥 좋았으니까”라는 이유로 가져다 쓸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 그들은 마치 누군가의 심장을 한 조각 떼어가면서도 그게 사랑이라 말한다. 하지만 창작이란 건 사랑이 아니라, 노동이고 시간이며, 때론 존재 그 자체다.


나는 저작권을 ‘피부’에 비유하고 싶다. 사람마다 저마다의 피부가 있다. 감각이 다르고, 기후에 따라 달라지고, 상처에 따라 더 예민해진다.

피부는 우리가 바깥 세상과 맞닿는 첫 번째 경계다. 창작자에게 저작권은 그 피부 같은 것이다.

외부로부터 무작위로 뜯겨지지 않도록, 타인의 무심한 손길에 긁히지 않도록, 존재의 경계를 그어주는 마지막 방어선.


피부를 함부로 건드리는 건 폭력이듯, 저작물을 함부로 사용하는 것도 침해다.

누군가는 단 한 문장을 짓기 위해 밤을 새우고, 수십 번의 퇴고를 거친다. 누군가는 캔버스 앞에서 몇 주 동안 좌절하다 한 점의 선을 그려낸다.

그 결과물은 단순한 ‘정보’나 ‘데이터’가 아니다. 그것은 살아 있는 피부 위에, 때로는 흉터처럼, 때로는 무늬처럼 새겨진 흔적이다.


우리는 디지털이라는 바다 위에 부유하며 너무 많은 것들을 쉽게 건넨다.

‘복사’와 ‘붙여넣기’는 이제 타인의 시간을 지우고 자신의 이름을 붙이는 도구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땀과 눈물로 이루어진 창작물을 그렇게 취급해선 안 된다.


저작권은 창작자를 위한 것이지만, 동시에 우리 모두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내가 만든 것을 지키는 제도이자, 타인의 것을 존중하는 약속이다. 그것은 법 이전에 감각이고, 예의며, 결국 인간다움의 문제다.


그러니 마음의 피부를 함부로 벗기지 말자.

그 피부 위에 새겨진 이야기를 존중해줄 때, 우리는 비로소 창작이 주는 진짜 감동을 나눌 수 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그림도 글도 내 안에서 나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