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 청소. 물질.

20170228

by 곽소민

심심하고 시간이 많을 때, 피아노를 치면서

이런 곡 저런 곡 만들어보는데,

대개 밝은 CM송 같다. ㅎ 요즘의 내 마음이 늘 그런가보다.

나는 하이퍼 상태로 2017년을 살고 있다. 무엇이든 떠오르면 해야하고. 남겨야하고 만들어야 한다. 단지 현실감각을 기를 필요가 있다.

물질을 귀하게 여기고 아끼는 마음도 가져야 한다. 어떤 때는 내 손 안에서는 많은 것들이 소모되고만다. 그것을 나는 안다. 에너지가 많이 움직일 때이다 내 안경들 목도리들... 어딘가로 빨려들어가 사라지는 ㅎ 사물들.


반면, 나는 끊임없이 움직이고, 만들어낸다. 아마도 물질을 소모할 수 밖에 없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나는 만들어내는 일에 전력을 다하며 살아가기 때문이다. 정리는 뒷전이 될 때도 한번씩 있지만 깨끗한 방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시작하면 누구보다 깔끔하게 집을 치울 수 있다. 하지만 반만 치운 상태가 가장 적절하고 건강하다 ㅎ


단지, 하루 생활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뿐.

치우고 청소하고 이런 일들이 내게는 사실 시간소모로 느껴진다. 청소마저 기도가 된다면?


마치 내가 처음 만든 시심가같이.

그 곡은 어디 따로 녹음해두지 않아서

가끔 떠오를 때만 치곤 한다.

숨쉬기라는 노래는 기억 난다.

첫사랑이 불러서 만들어준 곡.

아주 짧고 외우기 쉬운 곡.

더 길게도 짧게도 원하지 않고

딱 그 한 줄만 연주해줬지만

아무 곳에도 남겨두지 않았다.

오래오래 치지도 않았다.

R 이라는 곡은 기억 한다.

나를 다 줄 수 있었던 그 사람에게

모두 담아 건냈던 곡.

학교 음악실에서 네가 얼굴이 흘러내리며 아이처럼 소리내어 울 때... 난 울지 않았다.

내 마음이 전달되었다는 걸 알았으니까.

늘 마음을 다했으니까.

내일이 없는 사람처럼 살았으니까.

그때도 지금도.

내가 미울까 내가 버렸다고 생각했을까

네 부모처럼 널 정말 내가 버릴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사랑은 아니었고 그냥 서로

그 시기에 필요했을 뿐이라고

그 말이 얼마나 아팠는지.

하지만 지금은 그 말을 한 네 마음도

전부 이해한다.

시간이 더 지나 그 노래를 생각하면

언젠가 우리가 깊이 사랑했다는 걸

알게 되는 날이 올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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