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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소민 Sep 02. 2017

너의 이름은

에츠코, 너 어디에 있니?





초등학교 때 학생회 20명 정도 인원이 몇 주간 일본 여행을 다녀 온 적이 있다. 그때 우리 학교에 서포트를 해주신 분이 있다. 전용복.

일본 북부의 센다이 지역에서도 한참을 더 가야 나오는 가와이무라. 여기에 전용복 장인의 칠기 작업실과 박물관이 있다. 일본의 국보급 칠기 유물들을 담당해서 유명하기도 하지만, 작품을 보면 거대한 우주가 담겨 있어 어린 나이에도 상당히 심오한 예술작품이라고 느꼈다. 아직도 그 작품들이 생각나는 걸 보면, 무척 강렬한 인상이 남았던 것 같다.

거기서 나는 내의 첫 일본 친구와 두번째 만남을 가졌다. 사실 가와이무라의 일본학생들이 한국에 먼저 찾아왔었다. 부산 해운대의 한 호텔 로비에서 처음 봤는데 너무나도 예쁜 친구 한명이 눈에 들어왔다.

그 아이는 양갈래로 머리를 땋아내렸고, 애교살이 잡혀서 눈이 아주 컸다. 말을 할 때 특유의 귀여움이 가득 담겨 있었고 무척 활달해보였다. 저 친구랑 내가 짝이 되었으면 좋겠다- 하고 생각하던 중이었는데, 선생님이 가진 한일자매결연 친구 명단에는 나와 그 아이 이름이 나란히 적혀 있었다.

소부 에츠코.


말도 잘 안통하는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책을 짚어가며, 손짓 발짓으로 끊임없이 이야기했다. 아빠가 일어를 잘 하셔서 우리집에 머무는 동안은 의사소통에 아쉬움은 없었다.

일본에 갔을 때도 많은 추억을 만들었다. 그때 일본 친구들이 강당에서 연주해줬던 합주곡이 있었는데, 너무 아름다워서 잊지 않도록 멜로디를 기억해뒀다. 한참 후에야 그게 '천공의 성 라퓨타'의 주제곡이었다는 걸 알았다.

새로운 경험을 정말 많이 했지만, 내가 제일 좋았던 건 일본식 다다미방이었다. 우리가 갔던 때는 겨울 중에도 제일 추운 시기여서, 일본식 담요탁자에 온몸을 다 넣고 이야기를 하며 밤을 샜는데 가만히 떠올려보면 그외 아주 작고 많은 일들이 아직도 생생하다-

사실 그때 일본 여행을 떠나던 날 한국에서는 오래 투병하시던 친할머니가 세상을 뜨셨다. 함께 살고 있었기 때문에 한국에 돌아가면 더 이상 할머니가 계시지 않을 거란 사실이 무섭기도 했다. 그래서 난 신기하고 좋은 것들을 다 보고 경험하면서도 마음이 텅빈 것 같고, 무거웠다. 쉽게 웃음지을 수 없어서 내 얼굴이 나온 사진들을 많이 남기진 못했다.

그렇게 정이 가득 들어서 우린 헤어질 때마다 얼마나 많이 울던지- 순박한 일본 친구들과 가족들은 우리가 떠날 때 비행기에서 보이는 공항 옥상까지 올라와서 손을 흔들며 배웅을 해주었다. 멀리서도 에츠코는 알아볼 수 있었다.


그 후 중학교 고등학교 때까지 편지를 주고 받았는데, 에츠코와는 연락이 끊겼다. 그즈음 나도 에츠코도 이사를 몇번 해서 그런 것 같다. 그땐 인터넷이 없어서 검색을 할 수도 없었다. 그 후 구글링을 하거나 간혹 페이스북으로 찾아봤지만 그 이름으로는 낯선 사람들 사진만 보였다. 일본은 결혼을 하면 여자는 남편 성을 따라가니까 이름이 다를 수도 있다-

찾을 방법이 없어서 고민하던 중에 전용복 님의 기사를 읽었고... 늘 다시 가고 싶던 '가와이무라'에 직접 가서 에츠코를 찾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우연찮게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너의 이름은'을 집에서 보다가, 일본에 가서 에츠코를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은 더 구체적으로 바뀌었다.





https://youtu.be/UtvxvvREpu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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