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곽소민 Jan 08. 2018

발자국 읽기

20180105

KTX경강선 개통 후 처음으로 열차를 이용해서 가는 이번 출장. 1시간 반 만에 정선 도착이라니 꿈같은 일이다. 예전에 뮤지엄산에 갈 때 이정도 거리만 되어도 좋겠다고 했는데, 거리는 더 멀지만 걸리는 시간은 비슷해졌으니, 그때의 소원이 이뤄진 것이다. 그때만해도 정선은 너무 멀고 먼 산골이기만 했으니까. 경강선의 승차감은 좋았고, 단지 간식 카트가 지나가지 않는 게 조금 아쉬웠다.

새 방명록을 사다 두었다.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남길 수 있도록, 내가 첫장을 먼저 썼다. 아끼는 시 한편을 나누었다.

저녁 카페 촬영 때는 최소 인원만 남기고 진행하게 되어 우리는 숙소에 있다가 다시 나왔다. 새로운 출연자가 누구인지는 내일 알 수 있을 것 같다. 비교적 뒷정리를 잘 해주어서 우리가 달리 손델 부분은 없었다.

저녁엔 하루의 노고를 풀며, 뜨거운 샤워를 하고 싶었지만 물이 그다지 따뜻하지 않았다. 따뜻한 물이 나오는 집이 그리웠다.


눈이 가득 쌓인 마당,

기름과 연탄 보일러를 같이 틀어야 되는 곳.

작은 굴뚝으로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은

몇십년 전의 풍경같아서 느리고 또 느리다.

눈 밭 위로는 다양한 동물들의 발자국.

그 위에 손을 갖다 대본다.

그렇게 작지만 무수한 존재의 흔적들.

야무지게 디딘 발자국들의 간격과 방향으로

그들의 속도와 목적지를 유추할 수 있었다.

그 곁을 자박자박 내 발자국을 남기며 걷다가 뒤돌아보며 그들은 내 발자국에서 무엇을 읽어낼까?

궁금해졌다.


매거진의 이전글 미디어 파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