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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점 우물 Feb 06. 2018

은하수

20180203

불어 수업을 하고 피아노 연습을 다녀오고

그리고 망원동으로 갔다.

정밀아의 공연은 저녁이었지만 일찌감치

망리단길의 실체를 파악해보러 추운 골목을 걸어다녔다.

츠바이슈타인에서 속이 시원한 굴라쉬를 한그릇 먹었다. 몸을 데우는 따뜻한 스튜 하나에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좀 몸 생각 하며 집에서 음식을 만들어 먹어야겠다는 것. 굴라쉬를 겨울이 다 가기 전에 한번 도전해보자는 것. 그리고 오래전에 홍대 앞에서 굴라쉬를 먹었던 기억. 2월에는 우쿠렐레 공연도 한다고 했다.


망리단길은 사실 아직 개발이 안되어서 특별히 눈에 띄게 예쁜 곳들이 많은 건 아니었지만, 소소하고 소박한 느낌이 있어 편안했다. 하지만 보다 정돈 되고 깨끗한 느낌을 좋아하는 나는 그 거리가 썩 마음에 들진 않았다.

지인을 기다리다가 베를린 식당에서 장장 1시간 웨이팅을 해서 식사를 했고, 공연장에는 시간이 거의 딱 맞게 도착했다.

정밀아의 공연은...시작부터 소름이 돋을 만큼 좋았다. 여전한 소곤거리는 유머감각. 나는 몇번 울컥했다. 어떤 가사 때문도 아니고 그저 간주 부분에서 혹은 노래가 시작 되기 전의 텐션 속에서. 나는 많은 것을 들을 수 있었고, 나이도 잊고 혹은 없고, 그저 온전한 ‘나’의 영혼으로 그곳에 존재했다. 그 느낌이 절묘했고, 충만했다.

아름다운 밤이었다.

이 따뜻하고 부드럽고 도톰한 시간들을 채운 이불이 있다면 알래스카라도 괜찮을 것 같았다. 은하수가 있을테니. 그리고 노래하는 이불이 있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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