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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점 우물 Feb 06. 2018

시간

20180205~20180218

아침에 출근할 때 만원버스와 지하철 안에 끼여서

이렇게 작게 말했다. ‘순식간에 하루가 지나갈 거야’

퇴근하는 길에 이렇게 또 작게 말했다. ‘내 말이 맞지?’


그건 바람이 아니라 명령이었고 또 발견이었다.


시간이라는 게 묘해서 생각하기에 따라 달라지고, 사라지기도 하고 생기기도 한다. 나는 원래 시간이라는 것에 대해 잘 믿지 않기 때문에 또 집중을 하다보면 몇 시간이 그냥 사라져버린 경험 등이 많아서

시간을 그다지 신뢰하고 있지 않다.

차라리 시간보다 공간에 대해 더 많이 예민하게 관찰하고 생각하며, 그 공간 안에서 나의 느낌이나 행동 등에 좀 더 집중하는 편이다.

근데 오늘처럼 시간이 사라져버린 것 같은 날을 보내고 나니, 조금 더 이 생각을 잘 활용해보고 싶어졌다.

생각을 활용하다니 놀랍다. 하지만 인간은 원래 이렇게 만들어진 존재일 지도 모른다. 정교하면서도 어딘가 밝혀내기 어려운 신비가 반드시 존재하고 있다.


2/6~8

정선 출장 1차 : 성화봉송과 개원식 행사가 무난히 꽤 성공적으로 끝났고, 의외의 사람에게 위로와 칭찬을 받았다. 나는 그것으로 인간성은 살아있음을 느꼈고, 내가 참았던 약간의 억울함과 슬픔을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말의 힘이란 참 무섭고도 놀라운 것이다. 말을 더 가리고 잘해야겠다.

홍보팀 업무로 간 출장이었지만 나는 샌드위치까지 만들었다. 카페가 도와야했다. 나는 때론 전투적으로 일하는데, 그것은 작가생활을 할 때와 상당히 유사해서 가끔 이게 내 일하는 스타일이고 본질인가? 생각하게 된다. 나는 좀 더 여유를 가지고, 한 템포 늦춰가며 진도를 나가야 할 때가 있다. 너무 몸과 마음이 앞서나가서는 스텝이 엉겨버리니까.


그리고 잠깐의 망상. 그가 곁에 앉은 이의 머리칼을 매만지는 섬세한 손길에서 묘한 질투심을 느꼈지만 그것은 오래가지 않는 감정이었다. 이건 어디 소설에다가 더 길게 풀어놓고 싶었다. 나는 사실 이 대상에 집중하기 보다 나의 감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캐릭터에 더 깊이 들어가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이미 다 알고 다 비추고 있다고 착각하는 걸까?


2/9~13

정선 출장 2차 : 기자단 코스를 짜고 가이드에게 설명을 해주기 위해 정선으로 다시 출장을 떠났다. 전날 캐리어를 하나 샀고, 이름도 지어줬다. 키코. 앞으로 이 친구랑 얼마나 많은 곳을 여행할까?

평창. 고향이야기. 한우좋아. 아프지 않으려고 쓰러지지 않으려고 살아내려고 잘 먹었다. 마치 아프리카에 갔을 때처럼. 혹독한 환경은 나를 용감하게 만들었다. 언론보도가 여러건 나왔다. s신문 건은 굉장한 행운이었다. 결국 아까워하지 않고 문을 넓게 여는 것이 현명한 철학이라는 걸 이해하게 되었다.


2/14~18

설연휴. 부산에 오면 갖은 스트레스가 밀려오지만, 물이 달라져서 혹은 내게 잘 맞는 물이라서 그런지 피부가 확 좋아지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물이 우리의 피부에 끼치는 영향력을 새삼 느꼈다. 가족들에게 선물을 했다.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더 근사한 걸 다음에 드리고 싶어졌다. 돈을 드리는 것보다 나은 선택이었다. 아빠가 내가 쓴 시를 조만간 몇개 보내달라고 했다. 은퇴 후 정말 맹렬한 의지로 서예를 하는 아빠가 다음 전시회 때 내가 쓴 시를 걸겠다는 계획? 을 전달했다. 나로써는 영광이니 마다할 리 없다. 새로 쓴 시를 드릴지 기존에 썼던 시를 드릴비는 고민해봐야겠다.


오마이디그니티. 나의 존엄성을 앗아간 한 웃지 못할  일. 서울에 와서는 누워서 끙끙 앓았다. 하지만 이 몸으로 피아노 레슨까지 받고 온 것. 정말 칭찬한다 칭찬해.

몸 상태가 좋지 않다. 진행형이다. 하지만 꼭 빨리 끝나기를 바라. 제발. 약 잘 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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