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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점 우물 Aug 26. 2019

내일의 결심

밤에 더 살아나는 것들의 소리가 가득한 밤이다. 각종 풀벌레들은 언제 태어나서 언제 죽는 지도 모르는데. 저 소리는 내일도 모레도 이어지면서 마치 하나의 거대한 밤의 몸인 듯, 우주로 보내는 신호인듯 계속 울어대겠지. 저 소리가 그치면 이제 기다리던 겨울이다. 풀벌레 소리가 사라진 자리를 차가운 바람 소리가 채우다가 귀마개를 한 귀를 톡톡 두드리는 것 같은 눈 내리는 날의 소리들. 내가 기대하는 것들은 그런 날들이다. 창밖의 나무들 위로 쌓이는 눈을 보는 주말 오후.


며칠 째 지나다니면서 맘에 걸렸던 까치 한 마리를 생각한다. 차마 내 손으로 옮기지 못했던 그 육체는 날이 갈수록 야위어간다. 누구도 애도하지 않고 피하는 새의 죽음 앞에서 나 역시 별 수 없이 주춤 거리다가 또 집으로 왔다. 로드킬 당한 동물은 120 다산콜센터에 연결하라지만 주말이라 받지 않았다. 그러나 녀석은 아마도 유리창에 부딪혀 저 세상으로 떠난 듯 보였다. 길가에 나와있지도 않아 처음 발견한 날로부터 더 손상된 흔적은 없기 때문이다. 정선에서 머리를 부딪혀 죽은 파랑새가 생각나기도 했다. 그 새가 파랑새라면 나는 집어들어서 병원으로 뛰어갔겠지. 죽은 몸이라도 흔들며 살려달라도 했을지도 모른다. 왜 그 까치에겐 그러지 못했을까. 흔한 새의 죽음은 서글픈 일이었다. 나는 내일 그 녀석을 집어들 적은 용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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