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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점 우물 Feb 16. 2020

꿈에 H가 아팠다

병명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는 병실에 누워있었다

문앞에 달린 근조라는 글씨를 읽는다

H가 죽었다는 걸 알았다

침대에 누워 일어나지 못했다

문이 열리고 MJ와 MY가

같이 들어와서 내 양 옆에 누워 손을 잡았다

MY는 잠시 손을 잡고 떠났고

MJ이는 오래 곁에 있었다

소리를 내서 우는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꿈에서 깼을 때 꿈에서 나왔는데도

심장을 망치로 치는 듯한 통증이 있었다

그리고 몸이 불에 타는 느낌이었다  

충분히 아파하며 애도하지 못했거나

용서할 이를 용서하고

용서받아야할 이에게 용서 받지 못한 날은

이렇게 먼 시간 후에 이다지도

사실적 상황인듯 돌아오기도 한다

뭉뚱그리지 말고 다시 봐야되는 구나

그래야 그렇게 울지 않겠구나

숨을 오랫동안 고르고 난 뒤 통증은

잦아들었다

만약 꿈에서 다시 찾아오는

나의 불안들이 있다면 하나씩

인사하며 만나보아야겠다

울어야 할 때 울지 못하면

오래 혼자서 밤새 울게 된다

매일 밤 울던 길고긴 몇년을 잠시 생각했다


+

주님, 우리가 죽어 누워있는 어느 날

우리 마음 속에서 함께하고 기억할

모든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깊이 어루만져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

바다는 다시 잠잠해졌다. 가끔 노을에 타는 물결이 비치지만 바다는 여전하다. 그걸 아니까 되었다.

누울 자리를 잘 보고 누우라는 말을 윤정언니에게 들었다. 난 저기 어여쁜 바다 위에 눕고 싶은데

해가 지면 밤나무 석류나무 아래 누워 열매가 익어가는 소리를 듣고 잎사귀들이 반짝이는 걸 보고 잎이 지는 것도 보고 싶은데. 계속 누워 있는 사람이 되진 못하겠지만

지금은 그냥 쉬는 사람이 될게.

좀 쉬엄쉬엄 살아도 결코 죽지 않아 민아.

조금만 떨어져서 쉬자 쉬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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