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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점 우물 Feb 16. 2020

동생이 남긴 말


며칠 전 통화로 동생이 내게 남긴 말


가족들과 가는 온천여행에

내가 이미 안간다고 몇번 말했는데

동생은 내가 살살 꼬시면

또 갈 줄 알았다 한다

여기서부터 이미 웃음장벽 낮은 나는

웃고 있었다

그래도 진심을 전해야 하기에 다시

웃음기 없이 담백하게 진지하게

나는 동네 목욕탕을 지금 가고 싶어도

혹시나 예전처럼 그럴까 못간다 했다  

그러자 동생은 한 템포 쉬고...

정신이 번쩍 드는 하이톤으로

아이~고 예민하다 예민해

아이~고 예민하다 미인아!

라고 했다  

이 송가인이의 창법만큼 시원하고

똑떨어지는 3.4조 장단이 넘 웃기고

이 말투도 웃기고 엄마 만날 짓던

그 표정도 다 생각나고

어찌나 엄마랑 똑같이 말하는지

약간의 해학미를 통한 절정

카타르시스 속에 우리는 빵터져서 한참

깔깔 웃었다

우리는 그냥 전부 에너지가 많아서...

그냥 살면 안되고

예술을 해야되는 사람들이지...

라고 예전부터 생각은 하고 있었다  


토민이는 우리의 폭소를 듣고 깜짝 놀랐다

코메디 빅리그 최종 승자는

언제나 우리 곽쪼박사

뭐 때문인지 왜 그러는지

다 이해는 한다고 했다  


그래 하지만 누가 이해 한다고

다 끝나는 건 또 아니니까.

해결은 살면서 풀어갈 내 몫이니까.


곽쪼는 자신이 미국에서 가르치던 여러

학생들 중 할머니 학생에 대해 이야기 했다

늘 예쁘게 꾸미고 상냥한 그 할머니. 하지만징글벨을 치면서도 너무나 긴장하고 자신 없어하는 그 할머니는 어느날 이게 다 우리 아빠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다...

동생은 그때서야 그 할머니를 통해

우리 자신을 봤고, 아... 우리가 언제까지

‘이렇게’ 살려고 그러나...정신을 차렸다고 한다.


그 이야기가 나도 참 감동이었다  

할머니 징글벨 잘 치시길 바라고...

여전히 그럼에도불구하고

다시 도전하는 그 용기

무조건 박수 쳐드리고 싶다는 말 전하자-


하지만 메인은 여기에 있었다  

그러니까

매이지 말고~

‘나온나!’

이 말 한마디에 제일 크게 빵터졌다  

이젠 동생이 법륜스님이라서


예전에 한국와서 법륜스님 뵙고 갔던

동생은 내게도 법륜스님 한번 뵙고 오라고

‘니를 마 한번에 다 꿰뚫어보실거다

정신이 번쩍 차려질 거다’

라고 말했다 :)


줄 잘 챙겨라

목요일에 갈게


라고 쉬크하게 말하는 곽쪼  

여우토깽이 히마솜이

그리고 마지막으로

니 쫌 여우토깽이 같아야지

라고 해서

나눈 토깽인데 여우 아닌데 자꾸 나보고

여우토깽이 하라고 그러면 힘둔데

하고 떼를 막 썼더니 동생도 좀 빵터졌다.

이렇게 바닥에 누워 혹은 앉아 있을 땐

유머가 참 좋은 것.

다시 일어설 힘이 아주 ‘초금’이라도 나니까


그리고 회사 점심 시간에 걷고 있는데

또 물어봤다  


나왔나~?


나는 일단

어 나왔다

라고만 말했다


오늘 아침 꿈에서 나오면서도 좀 아팠지만

그건 그냥 어쩌다본 드라마였다 치자

눈물은 났지만 주인공들은 퇴장했고

어떤 영혼도 상처 받지 않았다

그들은 그저 어떤 시간의 의미만 전달했다

 

치유의 기적을 일상에서

생방송으로 체험하는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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