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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점 우물 Feb 18. 2020

소민이들

엄마가 된 소민

연준이와 나. 따뜻하고 부드러운 존재.

연준이 엄마 소민.

이름 때문에 가까워졌고 내가 첫번째 대학교를 갑자기 그만 둘 때 참 미안했던 친구.그땐 소민 A,B로 불렸고 항상 같이 다녔다. 시간이 흘러 십년 후 내 서울 첫 집인 오목교에서 다시 만났을 때 그리움 사무친 표정으로 울었던 친구.

곱고 여린 마음 앞에서 나는 약간 망연하게 소민 B를 바라봤었다. 잠시 잃어버렸던 그 시절이 다 괜찮아지는 작은 착각도 들게 했었다. 소민이 덕분에 과거를 다 잃지 않아 감사한 마음이 크다.  

아기 연준이가 태어나던 때, 그리고 이만큼 또 자랐을 때 가서 얘기 나누던게 언젠데-

이제 연준이는 말도 하고 뛰어다닌다. 오늘 같이 밥을 먹다가 소민이가 얘기 도중 눈물을 흘렸다. 그 마음이 전해져 같이 울었던 점심.

연준이의 모습 속에서 발견하는 자신의 모습. 이를테면 아기를 위해 청결에 지나치게 신경을 썼더니 연준이가 자신이 부엌에서 일하고 있을 때 ‘엄마 머리카락’ 하면서 들고 왔다는 일. 그때 소민이는 덜컥 겁이 났다 했다. 하지만  소민이에게 그건 방법이 있다며... 반만 치우라고ㅎ 그럼 쉽다고 말했다. 조금 어질러진 게 건강한 거라고 :)


하지만 다음 이야기 중엔 둘다... 웃을 수가 없었다. 비탈에 서서 무서워 못내려가겠다고 하는 연준이에게 소민이가 ‘엄마가 잡아줄테니까 연준이는 안심하고 내려와’ 라고 말할 때. 순간. 아빠가 꼭 자신에게 하던 말이 기억났다는 것. 어릴 때 비탈 내려가기를 유난히 두려워했다는 소민. 소민이는 연준이가 앞으로 그런 비탈들을 삶에서 수 없이 만나고 두려워할 텐데 내가 잡아줄 수 없는 날도 있고 혼자 해야할 날들이 많을 텐데... 하는 생각에 가슴이 무척 아팠다 한다.

그리고 유치원에서 전화 올 때마다 심장이 내려앉는다는 연준이엄마 소민. 이유는 연준이가 유치원에서 손가락이 부러질 정도로 심하게 다쳤던 일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그 말에 나는 잊고 있던 나 어릴 때 이야기를 하던 부모님이 불현듯 생각났다.

아기때부터 잘 때 숨이 잘 막히고 코를 골았던 ‘나’로 인해 밤새 숨쉬는 걸 지켜봤다는 일. 경기를 여러번 일으켜서, 백일해를 해서, 감기 때문에 밤에 응급실에 뛰어갔던 일들. 코를 고는 문제도 있었지만 그 이후에 감기 때마다 심하게 부어서 양쪽이 붙을 만큼 컸던 편도선 혹 제거 수술을 받았던 어렸을 때 일. 등 어릴 때 잔병치레가 많던 나때문에 무척 힘들었다는 것. 게다가 밥도 잘 안먹는데... 활동성은 너무 많고 한시도 가만있질 않아서 피아노에 이마를 박고 떨어져 멍들었던 일, 고모가 제일 큰 상 받은 도자기를 찬장 위에 기어올라가다가 깬 일 ㅠㅠ 미술학원에서 놀다가 뒤통수가 깨진 일, 얼굴이 갈릴 정도로 비탈에서 점프를 해서 피를 흘리던 일ㅎ 그런 아이를 내가 키운다... 라고 생각하니 나도 약간 이마에 식은 땀이 났다. 와오... 그래서 내적으로 좀 더 집중하고 주의를 안쪽으로 돌리는 방법을 기르게 하기 위해 차분하게 앉아서 할 수 있는 피아노 같은 악기를 시키고 서예를 시키거나 에너지 발산을 위해 운동을 시키는 등의 방식을 쓰셨던 것이겠지...

부모님이 나 때문에 속 참 많이 졸이셨겠구나 하고 참회의 눈물이 났다. 이미 알던 사실의 놀라운 재발견. 연준엄마 소민의 눈물을 통해서 공명이 되고 우리 부모의 진심과 마음을 전해받았다.

소민이들이 한참 울다가 ㅎ 연준엄마는 이런 말을 했다. 예전엔 인생에 뭔가를 이뤄내는 일이 중요한, 나 중심의 삶이었다면 지금은 그냥 연준이가 아프지 않고 크는 게 제일 큰 소원이고 더 바랄게 없는 삶이라고 했다. 왜 친구의 말은 이토록 감동적인가...

거기서 100%의 진심과 투명한 사랑을 보았기 때문이다. 진심은 힘이 참 크다...

우리는 부모됨과 사람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나는 일단 우리 소민이 같이 사람이 먼저 되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소민이는 내게 예전부터 네가 엄마가 되면 참 잘 할 것 같다 라고 생각했다는데 난 우리 연준 엄마가 이미 너무나 아름답고 성숙한 엄마이자 한 사람이 되어있어 두근거리고 마음이 벅찼다.

연준이를 생각하면 어때? 라는 말에 나는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니까... 아마도 짜릿한 저릿한 느낌인지 물었는데, 그건 아니라 했다. 잔잔한 강물을 보는 느낌의 마음이라고 했다. 아... 그렇구나. 세상에.


어렵지 않은 말로도 늘 날 크게 일깨워주는 사람. 마음이 어려운 때에... 마라톤 연습을 해서 대회에 나가기도 했던 상-여자 :) 소민이를 소민이는 참 사랑하지. 항상 밝고 바른 태도 이상으로 지적이고 유머있고 매력이 가득한 소민. 하지만 언제나 소박한 모습과 따뜻한 미소가 소민이를 빛나게 해준다...

내게 소민이는 팔색조구나ㅋ 라고 말해서 둘이서 울던 끝에 빵터졌다.


정글은 언제나 흐린  맑음-


‘소민아~ 이거 오다 주웠따!’라며 압화가 들어간 귀걸이를 선물해주는 소민. :)

잘 하고 다니겠다며 소중하게 침대맡에 

두고 보고있다.

1층 최인아 책방으로 가서 서로에게 필요한 심리 서적 두 권을 샀다.

책에 메모도 하며 읽자며 서로 

돌려 읽기로 했다.

소민이는 아쉬운 마음에 더 이야기를 나누며 우리 회사 문 앞까지 데려다 주었다.


‘너가 부모가 되어 네 부모 마음을 알리라’


하는 말의 의미가 새롭고 뜨겁게 다가왔다.


그날들 이후로 - 세상의 빛이 내게로 천천히 다시 와 말을 건냈다. 점점이 박힌 날들.


어떤 시간에는 빛이 발끝부터 눈까지 가득 채웠다. 그래서 눈물이 나지 않을 수 없고.

그래서 시간들을 모두 이해하고 우리는 

함께 보듬으며 웃을 수가 있었고.


그런 순간들이 있어서 우리 곁에 함께 걸으시며 존재를 일깨우는 은총과 사랑을 

날마다 체험한다. 그들 속에서. 세상 속에서


소중한 시간이 참 많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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