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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점 우물 Mar 03. 2020

출근. 탈아. 젤리곰. 기획.

20200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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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죽헌에서 샀던. 마시면 장수한다는 ‘오죽차’를 전무님께 드리며 휴직을 할까 한다고 운을 띄웠다. 전무님은 ‘혼자 집에 있으면 안좋을 때 더 안좋아진다며’ 그간의 사정을 헤아리시고 내게 ‘아직 때가 덜 탔다’ 라며,  “때 쫌 타야 세상 산데이-“ 라는 감사한 말을 들었다. 눈물이 뚝뚝 흐르다가 웃음이 터지는 경상도식 유머. 크리넥스로 몇방울 흐르는 걸 꾹꾹 눌러 닦았다. 그래서 재택근무나 휴직에 대한 마음은 일단 접어두기로 했다. 자기애 라는 화두를 던지셨다. 과연 어떻게 이 자기애를 바라볼 것인가. 그것을 생각했다. 하루를 사는 중에 답을 찾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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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있음이 감옥. 나 없음으로 탈옥. 모두에게 오는 탈옥의 시기. 이제 나왔는지 들어갔는지를 점검하기.

오늘 요가 명상을 하면서 본 황금빛 들판. 그곳에 모두가 있었다. 서로 조화로웠다. 누구를 보아도 아무도 화나지 않았다. 날숨 속에 ‘거짓수준’에 속하는 의식을 모두 내보냈다.

누구는 걷는 사람. 누구는 걷다가 병든 자의 이야기를 듣는 사람. 누구는 둘이서 따뜻한 한 집 안에 있고. 누구는 나에게로 걸어오고 있고. 누구는 내 옆에서 다정히 걷고. 떨어져 걷고. 그들 속에 혹은 멀리서.. 관망하거나 유심히 들여다보는 내가 있다.

그런데 멀리 계곡 뜨거운 마그마가 분출 하는 곳으로 걸어가는 사람들이 보였다. 명백한 죽음의 문. 모두 한번 이상은 본 얼굴들이었다. 나는 그들을 위해 간절히 기도했다 . 지옥불에서 구하시고 연옥 영혼을 구하시고 가장 버림받은 영혼을 돌보소서 라는 성모송 화살기도. 그리고 환한 흰빛이 마지막이었다. 나는 어디에 있지? 나는 그저 있으면서 없었다.

그 지점에서 자신을 끌어안듯. 심장을 꼭 끌어안으니 즙처럼 눈물이 조금 났다. 좋은 눈물이었다. 끝나고 나눔 시간에 르네 랄루 감독의 ‘판타스틱 플래닛’ 영화 이야기와 함께 오늘의 감상을 전했다.

한 선생님이 아나타 과정때 느끼신 사랑 이라는 ‘의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셨다. 그리고 책과 영화 등 좋았던 것들. 깊이 들어있던 것들을 하나씩 꺼내서 모두와 같이 나누기로 했다.
오늘은 평안히 자유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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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밥을 못먹었다. 언니가 주말에 주고 간 생식과 곰돌이 젤리가 주머니에서 나왔다. 사랑이다. 재용이가 엄마 녹색물 주세요 라고 말하며 밥 대신 먹는다는 생식.

낮에 조금 먹고 닫아둔 초당콩비지쿠키도 있었다. 생식은 요가 하기 전에 먹었고...

다른 건 다 꺼내서 차나눔때 나누었다.

젤리곰 중에는 분홍색 곰돌이가 있었다.

최근 앨리스먼로 단편을 읽었다고 말씀하신. 긴 눈이 예쁘던 회원님께 드렸다.

사람들이 ‘어 이거 사랑의 분홍곰이다’해서 와하하 웃었고 그분은 슬프던 눈이 웃으면서 반으로 쪼개 드셨다. 다행이었다 :)

오는 길에 맥주랑 와인이랑 올리브빵이랑 맛있는 걸 잔뜩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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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아책방. 정대표님과의 편안한 회의였다. 재능기부로 하기로 다시 마음 먹었다. 올해 안에 :) 기획이 성사될 수 있으면 좋겠다.

그 바람이 나를 좀 숨쉬게 하고 살아있게 했다. 그리고 사람들의 얼굴에서 빛을 보고 싶었다. 어느날 치유의 숲에서 처럼.

#최인아책방 #gfc


오늘은 평안히 잘 살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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