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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소민 Mar 03. 2020

강릉여행 바다명상

20200301


강릉에 홀로 여행 다녀왔습니다.

동행이 있어도 좋았겠지만, 혼자라 좋은 여행이었습니다.

저는 혼자 하는 여행이란 '세계를 온전히 새롭게 느끼고 싶을 때' 취할 수 있는 긴급 수단이라 생각합니다.


호텔의 수영장도 좋았고, 오랜만에 마신 칵테일도 좋았고 젊은 남녀들이 풀 속에서 사랑의 언어를 속삭이고 있는 모습도 보기 좋았습니다.

밤 하늘의 별을 보면서 배영을 하며 한참 둥둥 떠있으면서 조금 외롭지만 그것도 특별한 행복이라고 느꼈습니다 :)

혼자 회도 시켜서 잘 먹고, 밤바다에 불꽃놀이를 하는 모습도 가만히 지켜보니 낭만이 있었습니다.


다음 날 한 시간 정도 호텔 앞의 바다를 바라보았습니다.

오랜동안 불면에 시달리다가 깊고 긴 잠을 잔 후 바라보는 바다는 참 남달랐습니다.

해변의 모래와, 조개껍질을 만져보고, 지나가는 아기 갈매기도 보고, 사람들의 오고 가는 소리도 듣고, 한시도 같지 않은 파도의 모양과 바다의 색깔, 한시도 같지 않은 바람의 방향과 세기를 느껴보았습니다.


바다를 만드는 것들 바다의 속성을 생각하다 생각을 멈추니... :)

어느 순간 그냥 바다와 내가 하나인 때가 있었습니다.

울컥 울음이 나올 뻔 했지만 눈물이 나오진 않았습니다.

울어도 괜찮은데 울 필요가 없다는 걸 바로 인식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윤해, '진실한 바다'라는 이름의 뜻을 다시 되새겨 보았습니다.

바다 안에 수 많은 사람들의 얼굴과 그들의 말과 얼굴에서 읽었던 감정들과 마음들을 모두 풍덩 놓아버렸습니다.

그리고 나의 부족을 생각하면서 채워나갈 것들을 떠올렸고, 내가 지향하는 시선을 생각하며 보다 남아있는 날들을 더 깨어나고 빛이 되고, 의미와 가치가 있는 시간들을 살다 가기를 기도했습니다.


바다는 넓고 깊어서 그리고 파도와 해류가 있어서 상념들은 흔적도 없이 정화가 되었습니다. 커다란 물고기에게 잡아먹히기도 하고요~ :) 더러는 빛나는 산호초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바람에 머리카락이 휘날리는 대로 계속 한 시간 바다를 보다보니 의식을 가리고 있던 한꺼풀이 벗겨졌습니다.


오는 길에 해송 군락도 한참을 봤습니다.

문득 솔방울 하나가 바람이 없는 어느 때 중력에 의해 툭 모래위로 떨어졌습니다. 그 솔방울을 가만히 보니 중심을 잡다가 옆으로 살짝 기울어지며 모래에 폭 누웠습니다.

오래 매달려 있다가 툭 떨어져서 폭 기대는 자연스러움 예쁘고 기특하고 아름다웠습니다.


집에 돌아와서 책장 중간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주워온 조개껍질과 솔방울을 올려놓고 바라보았습니다.


집에 놀러오는 소중한 사람들에게 각자에 어울리는 것들로 하나씩 나눠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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