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
눈은 왔지만
설레지 않았어
골목마다 고유한
쓰레기 냄새가 풍겨
꽃 향기처럼
동네 아기 고양이들은
어른의 눈매를 가지기 시작했어
혀 끝에 맴도는 말들을 못한 채
오늘도 잠 들지 못하는 이유를 댄다
새벽 찬 공기를 가르는
깊은 종소리 같은 친구의 음성
마음을 밝힌다
널 잃지 않은 날들에 감사해
너의 혀가 내 심장에 닿던 순간
또 하나의 먼 이별에 대한 예감으로
밤이 짙다
네가 준 책을 다 읽기도 전에
성녀가 되었구나
다큐멘터리 방송작가였고, PR 매니저였고, 현재 웹진 에디터, 브랜드커뮤니케이터로 일한다. 사람과 세상의 마음을 깊이 이해하며 부지런히 읽고 쓰는 이 삶을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