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BLUE NOTE

보이지 않는 불빛

어떤 기록

by 곽소민

1

흑백 사진 속에 컬러가 조금씩 입혀지듯 살아온 날들은 어지러운 색의 혼합인 것, 그리고 생의 의미를 아는 사람들은 그것을 궁금해하지 않는다지 생을 향한 그리움. 그 끝을 향해 내달리는 나. 그러나 어디에도 나를 위해 밝혀둔 불빛은 보이지 않는다.


2

어둠의 무한궤도에 타성 젖은 인간들. 이 모든 어둠은 그대들이 생산해 낸 적막이 아닌가. 적막에 길들여진 나. 어느 날 기억의 선반 위를 닦아내던 나는 문득 우물 하나를 발견했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생의 우물 속으로 잠수하는 일. 어쩌면 살아갈 날이 더 많다는 희망적인 말들도 필요할 때가 오겠지. 나를 위한 등불 하난 절대로 꺼뜨리지 말 것. 때론 우물 속을 들여다보며 희미한 의식의 흐름을 여기 기록한다.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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