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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BLUE NOTE

토끼섬

by 곽소민



토끼섬

골목 모퉁이, 두 개의 파이프
피어 오르는 흰 연기 사이


밤 하늘의 빛 구멍으로부터
십진법의 형식으로 눈물이 새고 있다


서러운 밤새는 틈새로
빗겨 날아간다


오래지 않아
너는 사라질 것이다


문명처럼
종교처럼


그리고 구멍 속을 바라보는 눈동자

과학의 정령들에게
마음이 침몰당할 것이다


곧 철이 될 심장과
유리로 가득 찬 머리
거울을 껴안고 키스
데이터로 부유하는 사람들


질문 없는 답들,
0과 1로 박제된 눈동자 위에 반짝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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