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할머니 전화

by 곽소민

한 10개월만이다

요양병원에 계신 할머니가 이렇게

정신이 멀쩡한 목소리로

전화를 직접 걸어 말씀을 하시는 게

지난 설에 뵐 때는 별 말씀이 없으셨다.

나는 교외에 식사를 하러 가는 자동차 안에서

엄마랑 말을 하고 싶지 않아서

중간에 앉으신 할머니 손을 잡고

어깨에 가만히 기대 있었다.


최근에 할머니는 계속 꿈에 할아버지를

보신다고 한다.

어제 친구랑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진리를 발견하는

최고로 멋지고 신비한 대화를 하던 중

잠시 딸 픽업 한다고 전화를 끊은 사이

할머니에게 전화가 왔다

차분하고 권위 있는 목소리


소민아. 아가 잘 지내나.

아픈데 없고 밥을 잘 먹나

왜 전화를 안하냐고 하셨다

언제 보러 올거냐고 보고 싶다고도 하셨다


나는 웃으면서 잘 지낸다고 했다.


우리 한달 전에도 만나서

계속 손 꼭 붙잡고 있었는데.

왜 그런 말씀을 하실까


마치 오래 안 본것 처럼 말씀하셔서

나는 할머니 생각 진짜 많이 해요 라고 말했다.


소정이가 오늘 서울에 친구 연주회 오는 줄 몰랐는데

전화를 했다 갈 거라고

또 온가족 총출동해서 연주회에 가게 되었다.

동생이 온다니까 마음이 푹 놓이지만

이제 가정을 꾸린 동생들이 조금은 멀게 느껴진다.

아니 그래도 되는 시기라고 느낀다.

언니나 누나가 그렇게 필요하지 않은 때니까.


갑자기 기차를 예매해서 나도 같이 내려가야겠다

싶었다. 내일 오후에는 한달 넘게 기다린 눈썹 리터칭 예약도 있는데. 예약금이 날아가더라도 어쩔 수 없다. 어쩔 때는 직관대로 가야 한다.


혹시 할머니를 지금 꼭 봐야 하는 거라면

이라는 생각이 스쳤다 그럴 때는 조건없이 가야 한다.

자꾸 입 속에서 혀끝에서 맴도는 3… y m d


원래 뭐든 결정하는 건, 움직이는 건 느린데

요새 이상하리만큼 빨라졌다.

바로 기차랑 호텔을 예매했다

마치 일할 때처럼 보더콜리처럼 달리는


좋은 생각하자…

이럴 때일 수록 내가 강해져야 한다

맏이니까

아무 것도 무서워하지 말기

담대해지기


제발. 할머니 꼭 괜찮으신지 확인하고

맛있는 것도 먹고

바다도 많이 많이 걷고… 그래야겠다.



+그래 생각이 많이 나는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이지.

할머니처럼. 당신이 나를 생각지 않는데 내가 당신을 이토록 생각할까. 이는 신도 마찬가지리라.

걸음 걸음 마다 바치는 감사의 기도.

주님께서는 항상 저와 함께 계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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