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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점 우물 Feb 19. 2020

책에 관해서

20170211

나의 사적인 생활에서 요즘 가장 큰 관심사는 틈만 나면 우주를 읽고 보고 생각하는 것이다. 신비로써의 우주가 아닌 과학적 검증이 가능한 세계로써의 우주를 사랑하고 또 이해하고 있다.


우주과학이 인류와 자연의 거대한 '신비' 무관하지 않기 때문에 나는 넓은 범주의 우주를 먼저 두고, 철학이나 문학이 거기 참여하는 방식으로써, 해묵은 생각들은 버리고 새롭게 사고를 조정했다. 지난한 과정이었지만 의미 있었다. 그건 다시  자아가 깨어나던 처음으로 되돌아가는 여정이었기 때문이다.  사잇길에  마음 속의 끔찍한 몬스터들은 처치했고 나는 이제 평심을 찾는 중이다.


나의 최초의 꿈은 우주인이었다.

어린 시절 과학잡지나 백과사전을  펴보며 과학자, 정확히는 천체물리학자가 되는 꿈을 가졌었다. 내가 중학교 시절 이후 부터 오랜동안 집착에 가까울 만큼 빠졌던, '문학예술'과는 사뭇 별개로 그때는 우주 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는 실제적인 것들에 관심이 많았다.


그리고 미래에 대한 끝없는 질문들. 우주에 다른 생명체들은 어떤 언어를 쓰고, 어디서 살고  먹을까? 핵전쟁이 나면 우리는 어떻게 될까? 어릴적 나는 예민한 성격 때문에 마음이 다치면 몸이 자주 아프긴 했지만, 에너지가  넘쳐 흐르는 아이였다.

그래서 쉬지 않고 무언가를 해야 직성이 풀렸고, 이런 나를 이해해준 부모님의 지원 덕분에 다방면의 취미와 특기를 개발할  있었다.

키도 또래에 비해 커서 키큰 여자아이들 무리에  들곤 했다. 날렵해서 어떤 종목이든 운동을 곧잘 하던 나는 1학년 때였나 올림픽 관찰일기에 그리피스 조이너 같은 육상선수가 되겠다는 포부도 썼다. 걸크러쉬의 대명사 그리피스 조이너.


내가 어린 시절  빠져 있던 책들은 안데르센의 동화가 아니었다.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15소년 표류기, 보물섬, 빨간 머리 앤이나 캔디캔디도 아니었다. 물론 그것들을  좋아하긴 했지만 

먼저 나의 관심은 보이는 세계와 실제적인 것들이었다. 우주, 자연, 사회, 지리 등등... 수십  짜리 과학백과, 상식백과, 자연도감, 종합백과사전, 세계의나라, 세계지도-지구본, 세계의 의복, 기네스북, 내셔널지오그래픽 사진집 ... 생각해보면 우리집엔 책이 많은 편이었다.  책들을  읽고  책을 사달라고 하니 아빠는 위인전이며, 세계명작 등도 사주셨지만 하루에   이상은 읽곤 했기 때문에, 갈증이 풀리지 않는 얼굴을  나에게 부모님은 어느 순간부터  질씩 놓던 전집류를 더이상 사주지 않기로 합의를 본듯 했다.


읽었던 책을 한번  읽으라고 말하셨지만  때는  말을 듣지 않았다.


엄마에게 나는 '이제 정말  읽었다' 라고 말하며 울었던  같다. 눈물의 이유는 다른 친구들 집에 가면 내가  읽은 책들이 그렇게 많으니까, 나는 그것도 읽고 싶다는 욕심이었던 것인데, 그러면 친구 집에 가서 읽으라 해서 그때부터는 책이 많은 친구 집으로 가서 학교가 끝나면 저녁을 먹을 시간까지 책을 읽었다. 하지만 친구들 집의 책은 마음 놓고  읽지도 못하고 급하게 읽게 되고,   읽은 책을 빌려가는 것도 싫었다. 그래서 속상한 마음에 학교 어린이 신문에 '' 대한 짧은 수필을 하나 써냈다. 책을 '원없이'( 표현을 썼던  같다) 읽고 싶은  마음을 부모님이 알아주지 않는다는 내용이었고, 내가 커서 어른이 되면 책을 아주 많이 사주는 부모가 되어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겠다는 유치하지만  포부를 가진 내용이었다. 그때 의기양양하게 엄마 앞에 신문을 보여주며 작은 복수의 성취감을 맛보던 내가 보이는  같다. 지금 생각하면, 책을 더이상 꽂을 자리도 없는데, 계속 사달라고 하니 많이 난감하셨을 거다. 그런데 그런 글까지 써서 신문에 냈다니  분은 얼마나 뒷꼴이 당기셨을까?


 , 학교에  어느날, 허름한 옛도서관을 없애고, '파랑새 도서관'이라고 교실 하나 크기의 공간을 가득 채운 도서관을 만들었는데, 나는 담임 선생님이 지명하셔서  어린이 도서관의 도서관장이 되어 도서출납을 담당하게 되었다. 학교가 끝난 뒤에도 책을 실컷 읽을  있게  것은 물론이다. 지금 가만 생각해보면, 그때 내가  글을 보고 교장 선생님이 만들어 주신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왜냐면  도서관 말고도  이후에 멋진 일이  생겼는데, 넓은 우리 학교 층층 마다 곳곳에 책을 읽을  있는 칸막이 의자가 생겼고, 모든 복도 코너와 교실에도 책들이 가득 비치되었기 때문이다. 특활 활동을 하느라 늦게 까지 있는 날에도 끝나면 도서관 안이나 복도의 칸막이 의자에 앉아서 책을 읽었는데, 교장선생님이  이름표와 얼굴을 확인하시고 곽소민이- 이름을 부르시더니 '훌륭한 사람이 되겠다'라고 하시며, 머리를 쓰다듬어주신 일이 기억난다. 그런 말을 듣고 싶어 거기 앉아 있었던  아니라 얼떨떨 했지만. 하교 하는 길에 어둑해지는 교정을 마구 달리면서 신이 났던 순간이 기억난다. 그때 뜀박질에 따라 양갈래 머리에 달려있던 방울이 짤랑 거리던 소리까지 어디선가 들리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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