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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점 우물 Feb 19. 2020

비밀이야기

Alice in wonderland

말 없이 너는 걷는다

떠나온 곳 아련히 생각이 난다

낯선 바람의 노래에

참아냈던 그리움

밀려온다

너의 꿈 매일밤 되뇌인

너의 당찬 결심

잃어버린 시간

작지만 진실한 소망

그 속에 담겨진

너의 견뎌야할 이유


나에게 너는 화려함

봄에 꽃내음 같은

기분 좋은 따스함

이른 아침의 선선함

언젠가 꿈 속에서

구름 위를 날던 설레임



가사 안보고 부를 수 있는 노래 중 하나.


밤에 집으로 가는 길에

매일같이 부르다가

오랫동안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동경하고-흔들고,

선망하고-상처주고,

사랑하고-미워하고,

그립고-떠났던,

얼굴들이 노래 속에 있다.


그러다가... 작년말 어떤 분의 차를 타고

집으로 가다가 이 시디를 발견했다.

깜짝 놀랐지만, 태연한 척 말했다.

'이런 것도 들어요?'

'제 꺼 아니에요.'

'전여친 꺼군요?'

대답이 없었다.


'전여친 한테 줘야지 왜 가지고 있나, 하필 오늘 차에 왜 뒀느냐, 혼자 듣는지, 들으면 슬픈지 기분이 어떤지, 무슨 곡을 가장 좋아하는지 혹은 싫어하는지...'

혀끝에 맴도는 말들을 전부 물어보지 않았다.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으니까. 더 많은 말들은 모두 마음 속으로 생각했다. 머리 속에서 새로운 형태의 큐브가 생긴 듯 어지러웠다. 흥미롭지만 빠지면 위험한 게임,

제대로 맞추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란 걸

알았다.


그 분이 가지고 있던 시디가

누구의 것이든 간에...


이 노래를 불렀던 공간, 내가 노랠 불러줬던 사람, 혼자 노래를 부르며 걷던 길들과 가로등이 한꺼번에 몰려와 심장에 열이 가득 차올랐다. 나는 그대로 얼음이 되기로 했다.


카펜터스가 나오고 있었고, 캐런의 깊고 따뜻한 목소리는 위로가 되었다.

 

그 후 밥을 먹는 게 괴롭고,

점점 힘들어졌지만...

이젠 괜찮으니 다 잘된 일이다.


용기를 내서 오늘 이 노래를

듣고 또 들어본다.


내가 불러준 노래를 그들은 기억할까.


눈을 감으면 다 있다.


그립다면 꿈 속에서,

커다란 고로케를 만들어

사이좋게 나눠먹자.


2017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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