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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점 우물 Aug 11. 2016

토끼라서 좋아

반려동물로 토끼키우기

어느날 떠오른 한 문장


"하얗고 따뜻하고 동그란 것이 필요해."

어느날 허공에 대고 소원을 말했다.




하얗고 따뜻하고 동그란 것


'하얗고 따뜻하고 동그란 것'

무엇일까? 빈 방에 누워 나직하게 그 말을 내뱉고도, 정확하게 실체를 파악하기 까지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호빵인가? 싶어 한 겨울도 아닌데, 삼립호빵 5개입을 사서 데워먹어보기도 했다. 뭔가 야한 건가?

'그건' 아닌 것 같았다.


공인가 싶어서 마트에서 배구공을 하나 들고 열심히 튕겨보고 꼭 안아보았다.

그러다가 유모차 안에서 헤헤 웃는 아기 얼굴을 발견하고는 '조금 비슷하다'고 느꼈다.


그 후, 내가 원하는 '하얗고 따뜻하고 동그란 것의 본질이 무엇인지' 심도있게 고민했고, 그게 아마도 음식이나 사물이 아닌 생명체일 것이고, 사람이 아니란 것은 알았으니, 동물이겠거니 하고 생각했다.

정확히 뭐라고 집어낼 수는 없었지만, 가까이 왔다고 느낀 순간이 자주 있었다.


그로부터 1~2 개월 후,

긴 기다림 끝에 우린 만났다.


도곡동에서 회식 후, 소주를 거하게 마시고, 종로 5가 환승 통로를 걷던 중, 나는 그것을 보았다. '하얗고 따뜻하고 동그란 것'

토끼 할머니는 꼬물꼬물 거리는 토끼들을 신문지 위에 올려 놓고, 금 밖으로 나가는 아가들을 양손으로 쓸어 담으며, "토끼 사세요~" 라고 말했다. 나는 놀라서, 토끼보다 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아가들을 바라보았다.




토끼를 키우고 싶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상경해 도곡동에서 서울살이의 화려함과 쓴맛을 동시에 알았던 20살.

양재역 지하에서도 토끼를 데리고 나온 아주머니를 본 적이 있다. 너무 귀여워서, 30-40분을 한 자리에 앉아 토끼를 바라보았는데, 그때 함께 살던 이가 내켜하지 않아 키울 수 없었다.

'우리 할머니가 허락하지 않을 거야...'라는 말이 헤어지고 싶었던 첫번째 이유인줄 넌 알고 있을까?

네 아버지가 주신 넓고 비싼 오피스텔. 토끼를 키울 순 없는 환경이란 건 알았지만, 난 작은 위로가 필요했던 것이었다.

내가 왜 아무 말 없이 식탁에 앉아 글만 쓰고, 몇 주 동안 조정래 대하소설에 빠져 쇼파에서 움직이지 않았는지 넌 아마 모를거야.

그땐 나도 토끼 하나로 시작된 일일 줄은 몰랐으니까. 난 상처받았고 자신을 지키고 싶어 몸을 웅크렸다.

그 이후로 많은 것들이 싫어졌어. 너만 책상을 가지고 난 식탁을 써야했던 것이, 내 물건을 풀 서랍이 없어 박스를 이용했던 것이, 네 할머니가 오면 내가 부엌에서 뭐라도 하는 시늉을 해주길 바라던 네 말이, 지하철역까지 날 마중 나오던 너의 다정함이, 내가 없으면 불안해 하며 울던 모습과 편지들 전부. 넌 노희경 드라마의 가난한 사람들의 풍족함 보다 김수현 드라마의 잘 사는 사람들의 빈곤함이 흥미로웠던 나를 이해 못했고,

난 부자 아버지를 둔 네가 노희경의 드라마를 보며 눈물 흘리며 했던 말들이 참 가식적이라고 느꼈어 그때는.

이제 생각해보니 아니더라.

살다보니 그때 네 마음을 이해하게 됐어.


우리가 정말 그때 사랑했다면, 겨우 토끼 한 마리, 책상 하나, 드라마 채널로 마음이 상할 일이 생겼을까?


하지만 이런 모든 질문들은

이제 다 사라지고... 나는 널 떠났다.

사랑이 끝난 뒤, 오래 아팠다.


아마도 그 집이 내 집 혹은 우리집이었다면 토끼 한 마리 정도는 키울 수 있었을데, 라는 결론만 허공에 희미하게 남은 채. 하지만 그것마저도 시간 속에 사라졌다.


내 인생, 모든 것은 토끼로 시작됐다.


토끼를 키우고 싶다는 바람은 잊혀졌고, 그 바람이 사라진 자리에 이상하리만큼 '토끼 인형에 집착하는 시기'가 꽤 오래 있었다. 언론고시를 보겠다고 힘들게 준비하던 어느날은 신내림 받은 듯 토끼인형을 뚝딱 만들어내기도 했다.


미국 인디애나에 1년 살았을 때는 여동생이 내 생일에 뭐 선물해줄까? 하는 말에, 마트에서 본 미국 토끼인형을 사달라 했고, 메디슨 카운티에 살던 이모가 옷과 화장품이 잔뜩 든 놀라운 소포 속에 인형들을 몇개 넣어주셨을 때도 보라색 토끼인형만이 날 향해 웃고 있었다. 마음이 고단해 제주에 내려가 쉬던 일주일 동안, 나는 녹색 토끼인형을 만들었다. 심지어 진짜 토끼를 닮은 건전지로 가는 토끼로봇 장난감까지 샀다. 물론 각각의 토끼 인형마다 엄연히 이름이 있다.




토끼할머니를 만나다


다시 용기를 내 상경한 후, 혼자 살기 시작한 30살, 짧은 연애가 끝나고 많이 외로웠다. 친구도 없고, 만날 사람도 없는 서울에서 작은 방 한 켠을 채운 토끼인형. 그걸 두고도, 나는 내가 토끼를 키우고 싶어 했다는 걸 완전히 잊고 살았었다.

그런데, 32살 4월 나는 준비도 없이, 내 인생을 바꾼 진짜 토끼를 만났다.


"혹시 키우다가 쉽게 죽진 않나요?"


이게 아마 토끼할머니한테 내가 한 첫 질문이었을 것이다. 병아리를 키우다 죽었던 기억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그땐 동생이랑 어찌나 돌아가며 통곡을 했는지 지금도 아빠가 우스갯소리로 이야기를 하신다. '부모가 죽어도 그렇게 서럽게 울거냐'고. 내가 토민이를 키우는 동안 혹시라도 갑자기 잃어서 크게 상심하지나 않을까 하는 심정으로 나의 부모님은 '토끼는 이제 내다버려라!' '토끼한테 그만 집착하고 남자를 만나라!' 등의 말을 하신다. 그런 말을 참고 들을 때 마다, 내 속이 얼마나 까맣게 타는지도 모르면서.


토끼할머니는

"어이구, 그런말 하지도 말라~"

하며 토끼의 쪼꼬만한 두 귀를 가리며 눈을 치뜨셨다.

"안 죽고, 잘~ 논다. 얼마나 귀여운지 모른다. 여기서 더 크지도 않는다!" 단호한 목소리였다.

나는 그 말에 머그컵에도 들어가는 작은 강아지가 어떻게 교배되어서 연약한 몸으로 태어나는 지에 대한 기사를 읽은 것을 떠올렸다. '아마도 저기서 더 크지 않는다는 말은 거짓말이겠지. 더 커도 난 상관 없으니까...' 나는 오히려 해외토픽에 난 거대토끼를 상상해봤다. 어릴 때 본 만화에서 어떤 우등생이 과학경진대회에 거대토끼를 키워서 나갔는데, 대상을 받았다. 희안하게 나는 최초의 토끼에 대한 기억이라면 그 장면만 늘 떠올랐다.


"제가 데려갈게요, 이 토끼"

(거대토끼가 된다해도 상관없어요)


나는 그 중에서도 제일 날래고, 호기심 많아 보이는 토끼를 살포시 들어서 품에 안았다. 그때의 감동이란... 눈물이 날 것 같은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할머니는 내가 토끼를 예뻐하는 걸 보시더니 이내 만족하시면서,

"잘 가라, 요 예쁜 것아."

하며 토끼의 이마에 뽀뽀를 '쫍' 하셨다. 토끼도 귀여운데, 토끼를 내게 건내는 토끼할머니도 귀여워서 나도 실실 웃었다.

집으로 가는 길에 신문지를 길게 찢은 뭉치 위에서 꼼짝도 하지 않는 토끼를 보며... 혹시 벌써 죽은 건 아니겠지 하며 심장이 덜컹 내려앉기도 했다. 최대한 흔들리지 않게 들고, 집으로 가서 나이키 신발 상자 안에 넣어줬다. 토끼는 방 안을 한참 두리번 거리다가 천천히 밖으로 나왔다. 현관과 방 사이의 5cm가량되는 문턱을 넘지 못해, 삐죽 귀만 나온 앙증맞은 모양을 보면서...나는 방바닥에 엎드려서 행복한 옆구르기를 했다.


토민이라는 존재


일주일의 시간 동안 작명하느라 고민했고, 토끼와 내 이름의 마지막 자를 붙여, 토민이라고 지었다.


집에 돌아오면 제일 많이 하는 말. "토민!"

어쩔 때는 꼭 나를 부르는 것 같기도, 그리운 사람을 부르는 것 같기도 한 이름.


토민이가 내 일상 속으로 들어온 후로 나는 틈틈히 소소한 행복을 느끼고 사는 운 좋은 사람이 되었다. 토끼지식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인터넷도 많이 뒤지고, '토사모', '얼토당토' 같은 토끼 동호회에도 가입해서 '토수다'를 떨기도 했다. 하지만 가장 좋은 정보습득의 방편은 인스타그램이었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많은 '국내외 토끼 동호인'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일하는 도중에도 틈틈히 인스타 피드에 올라오는 토끼 사진들을 보면서 위안을 얻었고, 토끼를 키우는 사람들만이 알 수 있는 희노애락에 공감하며, 토끼 키우는 맛에 여전히 푹 빠져있다.


그리고 토끼를 키우다 보니, 자연스럽게 개나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의 마음도 이해하게 되었다.

또한 작게 나마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의 마음까지 짐작할 수 있었다.


아마 이런 것들은 조금 비슷하지 않을까?

어떨 때는 가족보다 더 보고싶고, 혼자 집을 지키고 있겠거니..하는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애틋해지며, 밖에서 친구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다보면 괜히 미안해지기도 하고, 야근을 하고 늦게 들어가는 날에는 발걸음이 바빠지게 하는 존재. 멀리 떠나 있는 동안에는 페이스타임이라도 해서 꼭 얼굴을 봐야되는 단 하나의 존재. 늘 건강이 염려되고, 기쁜지 슬픈지, 배가 고픈지 살뜰히 챙겨보게 되는 존재. 몸통 어딘가 털 한웅큼이 왠일로 빠졌다가 다시 자란 자리 같은... 그런 작은 변화도 알아차릴 수 있는 존재. 나를 책임감 있게 만들고,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바람을 갖게 하는 존재. 토민.


하지만...


아이폰 충전케이블을 5번째 끊어 먹을 때,  새로산 노트북 전선에 가득한 이빨 자국을 볼 때, 벽지를 맨 아래에서 부터 위로 쭉 뜯어 먹는 소리가 등 뒤에서 날 때, 바닥 장판을 야무지게 뜯어 놓았을 때, 잡곡 포대를 터뜨려 선반 아래를 카오스상태로 만들어 놨을 때 등등... 한마디로 '빡 치는' 순간들을 날이면 날마다 쉴 새 없이 만들어내는 단 하나의 존재. 이기도 한 '앙팡테리블'. 짱구보다 더 못말리는 존재. 토민.

  


토끼는 뭘 먹나?


현관 문턱도 못 넘던 그 작은 토끼 토민이는 이제...늠름한 성토가 되어, 침대 뒤에서 내가 군것질하는 소리가 들릴라 치면 한번의 점프로 배 위까지 올라와 입술에 간지러운 수염과 촉촉한 코를 막 들이댄다.

"안돼! 토민아!"

토민이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 중 하나가 바로 "안돼!"인데, 안된다는 것을 이해하는 지 혹은 내 음성으로 뉘앙스를 간파하는 건진 몰라도, '동작그만' 상태가 되었다가 순순히 물러나긴 한다. 영리하고 귀여운 놈이라 상황을 보고 다시 와서 "좀 달라!"고 하는 눈빛을 당당히 쏘아보내기도 하지만, 그게 스트링 치즈이거나, 아이스크림이라면 나도 절대 주지 못한다. 맛만 보라고 입술에 손가락을 살짝 갖다 대면, 아쉬운대로 혀로 햝아 먹곤 한다.

 

토민이에게는 건초와 사료, 야채와 과일 등을 골고루 급여해주는데, 좀처럼 쉬지 않고 자주 먹는 습관이 있어서 하루에도 몇번 밥그릇을 확인해야 한다. 토민이는 아무거나 잘 먹는 편이고 탈도 잘 나지 않는데, 유난히 좋아하는 건, 청경채, 치커리, 바나나, 사과, 블루베리 등이다. 사료는 제네시스를 먹이고, 건초는 티모시를 먹인다.

주인들의 정성이 대단한 다른 집 토끼들은 토끼전문사이트에서 구매된 칡잎이나 연맥 등 다양한 토끼용 간식을 먹는다. 또한 더 부지런한 토끼주인들은 건조기를 사서, 과일이나 채소를 직접 말려 먹인다. 나도 토끼 사이트를 이용해 간식도 사먹여 보고, 과일도 말려보았지만, 간식은 순식간에 없어지고, 과일은 말리는 동안 벌레가 생겨서 그냥 단순하게 '신선한 야채를 장봐와서 함께 먹자'는 주의로 가고 있다.




토끼의 지능은?


토끼가 개나 고양이 만큼 똑똑한지 물어보는 사람들도 많은데, 개나 고양이도 사람들과 함께 살기 시작하면서 지능지수가 올라갔다고 알고 있다. 토끼도 야생의 토끼보다는 사람과 함께 사는 토끼가 좀 더 인간과의 상호작용과 학습을 통해 영리해지는 게 당연하지 않나 싶다.


토끼는 배설물을 흘리기도 하지만 주로 한 곳에 누는 버릇이 있어, 화장실을 잘 만들어 준다면, 냄새나 처리 걱정을 크게 하지 않아도 된다. 화장실을 여러개 만들어서 심지어 내가 쓰는 화장실 한켠에도 애완동물용 플라스틱 패드를 깔아두었는데, 아주 조금 흘리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주로 그곳에 볼 일을 본다.




토끼라서 좋아


토민이에게 가끔 묻는다. '나랑 있으니까 행복해?'

참고로 나는 토끼와 함께 있으면, 하루 종일 토끼에게 이야기를 한다. 오늘 있었던 사건사고와 내가 좋아하고 싫어하는 사람들 이야기와 일하다가 스트레스 받은 일, 어젯밤 꿈 이야기 등. 토민이에게 이야기하다보면 엄청나게 큰 일도 아무렇지 않은 일이 되고, 복잡하던 일도 착착 정리가 되었다. 토민이는 가장 좋은 나의 청취자이자 내 원맨쇼를 감상하는 시청자이다. 무심한 듯 호기심어린 눈과 꽉 다문 입. 쫑긋 세운 귀. 옅은 바람에도 사르륵 옆으로 눕는 하얀 털 등을 보면서. 나는 완벽한 행복을 느낀다.



나는 주목받는 걸 즐기는 타입은 아니지만, 토끼를 데리고 가끔 밖에 나가기도 한다. 이른바 '소셜라이징' 하기 위해.

토민이가 나라는 사람하고만 있다보면, 세상에 나같은 사람만 있는 줄 알고 심심해 할 수도 있겠지만, 밖으로 한 발짝만 나가도 세상에는 토끼를 집에서 키우는 사람도 있다는 걸 처음 아는 이들도 많아서, '토밍아웃'을 위해 나는 아무렇지 않게 토민이를 데리고 나간다. 그리고 예의를 가지고 조심스럽게 토끼에 대해 물어보는 사람들에게는 상냥하게 대답해준다. '만져봐도 되요?'라고 묻는 건 항상 아이들인데, 이마를 아래에서 위로 쓸어주면 좋아한다고 알려주면 그대로 하는 모습이 토끼보다 귀여울 때도 있다. 토민이가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다면 그렇게 데리고 나가지 않겠지만, 토민이는 사람들을 좋아하는 사회성과 친화력이 높은 토끼이고, 사람들을 겁내지 않는다. 단지 개나 고양이가 근처에 올 때는 얼른 뛰어와 내게 안겨버리고, 불안한지 내 허벅지를 '파바박' 발톱 세워 긁기도 하는데(그래서 토민이와의 산책에는 긴팔 긴바지를 입어야 한다), 이 때문에 아무리 귀여운 애견이나 길고양이들이라도 토민이와 함께 있으면 나도 바짝 긴장해서 경계하게 된다. 그러면 토민이는 내 팔 속에 얼굴을 묻고 폭 안겨서 콩닥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곤 한다.

이 세상에는 '토끼.. 어릴 때 많이~ 잡아 먹었지. 야들야들 맛있었는데' 라고 토끼 키우는 사람 앞에서, 몰상식하게 말하는 개.저.씨도 있고(주로 아저씨와 철 없는 남자들. 여자가 이런 말을 하는 건 토끼를 식용으로 자주 먹는 프랑스 친구 한명. 나를 자극 하려고 토끼 고기 이야기를 계속 해대는 통해 한국어로 욕이 나갈 뻔 했다. 그 아이는 이상하게 나중에 내게 고백을 했다. 갑분고백. 서양에서는 토끼를 스태미나 식으로 생각하기도 한다니, 나는 되도록 그런 무뢰한들을 참고 이해하려고 애쓴다), '토끼...키우다가 냄새 나서 공원에 풀어줬는데' 하는 어린 아가씨도 만나고, '아유, 냄새 나잖아? 어떻게 키워?' 하고 반말을 하면서 나지도 않는 냄새 때문에 코를 막는 아줌마도 있다. 이렇게 아기냄새 고소한 내 나고 보드럽고, 귀여운데. 하지만 토끼가 내게 어떤 존재인지 모르는 사람들을 굳이 설득시키며 살아야되는 것도 아니니까 예민함은 조금 접기로 했다. 지금도 고향에 계시는 부모님은 명절 때 마다 데리고 가면 어디 갖다 버리라고 말하시고, 친구들은 '아직 살아 있는지'를 늘 물어본다.

난 토민이를 더 건강하고, 책임감 있게 잘 키우고, 언젠가 나를 떠나게될 슬픈 날까지..... 그 곁에서 날마다 하나씩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


토끼는 매력적이고, 귀여운데다 영민하다. 내가 토민이를 기르는 건, 개도 고양이도 아니고 '토끼라서 좋은' 것이다.

그리고 토민이도 나라는 인간 사람을 만나서 부족함이 없다고 느끼고, '내가 토끼라서 좋아'라고 생각할 정도로 지금의 생활에 만족한다면... 나는 참 감사하고 뭉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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