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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점 우물 Feb 19. 2020

단비네 가족

20170219

아빠친구 유태상 아저씨는 아빠와 베토벤 황제 때문에 친구가 되었다.

'이 노래 뭔지 알아?'라고 물으니,

 '황제지 임마' 라는 대답에 아빠는 태상이 아저씨한테 호기심이 생겼다고 했다.

그래서 늘 대학 클래식 카페에서 음악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고. 그 유전자들이 전해져서 그 아빠들의 딸들은 클래식 애호가로 자랐다. 그 중 하나인 내 동생은 피아니스트가 되어 박사학위를 따고 교수가 되기 위해 미국에서 분투 중이고, 아저씨의 큰딸 단비는 MIT에서 커뮤니케이션 전공을 하고, AI와 로봇윤리에 대한 프로젝트를 함께 만들 수 있는 남자를 만나 결혼했다. 단비도 오래 피아노를 쳤고 훌륭한 연주 실력을 가진 아이였지만, 피아노를 전공하는 것은 태상이 아저씨가 반대했다고 했다. 내 동생이 언젠가 연주한 동영상을 단비네 엄마와 단비가 미국에서 본 뒤 눈물을 많이 흘렸다고 한다. 타국생활의 어려움과 유학생들만이 아는 괴로움, 그 속에서 그 험난한 예술의 길을 이뤄낸 것에 대해. 그만큼의 성취와 실력을 갖추도록 동생은 손가락이 발레리나의 발처럼 될만큼 연습했다. 갈라진 손끝에 의료용 본드를 발라 붙여가면서.

아저씨 큰 딸 단비는 나랑 2살 터울 동생이었는데,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총명함이 남달랐다. 단비네 역시 나처럼 책을 참 좋아해서 가족들이 함께 여행을 다닐 때도 책을 끼고 살았다. 지리산에 특히 자주 갔고, 경주며, 유명한 경상남도권 안의 사찰을 찾아다녔던 그 시절. 우리는 너무 행복했다. 거의 매주 주말 창원과 부산을 오가며 만났고, 오래 못보게 되는 때에는 서럽게 울면서 헤어졌다. '이산가족이냐?'하는 아저씨 목소리가 얄미웠을 만큼 단비네를 그리워하고 아꼈다.

아빠는 클래식 라디오를 즐겨듣는 사람이었는데, 늘 메모까지 해가며 연구를 할 만큼 매니악했다. 나도 좋아하는 취미에는 남부럽지 않은 광기를 ㅎ 가지고 파고드는데... 이런 부분은 아빠를 닮은 듯 하다. 못구하는 엘피를 해적판으로 사모으기를 좋아하던 아빠는 어쩌다가 좋은 집안 규수라는 ㅎ 엄마를 만나는 일생 일대의 실수를 ㅎ 저질렀고. 아저씨는 아저씨가 좋아하는 피아니스트인 조아옹 피레스와 닮은 여성과 결혼했다. 아줌마는 국문학과를 나오셔서 선생님을 하셨던 분이고... 야무진 말솜씨와 센스 등 같은 여자가 봐도 참 멋지고 똑똑한 여성이지만, 아저씨와는 다르게 한국 가요만 좋아하던 사람이었다고 한다. 그래도 평생을 살다보니 서로 비슷한 취향을 공유하게 되었다고 한다.

내가 보기엔   분은 만나본 부부  가장 재미있는 분들이었다. 그와 같은 느낌은  작곡가 선생님과 만났던 건축가 부부에게서도 느꼈다. 대화가 언제나 중요하다.

우리는 언어로 키워져서 이뤄진 존재들이기 때문에. 언어는 우리의 세포이고 에너지이고, 마음이 맞는다는  대화 혹은 침묵의 언어 조차 통하는 사람이라는 . 내가 찾는 존재는 서로를 성장시킬 평생의 대화가 이어질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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