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느리게, 이탈리아 유학 생활

십년도 전, 서른의 기록

by 윤 Yoonher

커리어 성장스토리 #5

첫 직장을 퇴사하고 떠났던 서른 살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태리의 하늘은 유독 파란 색 이었다. 새파란 하늘은 기분 좋은 청량감과 약간의 서글픔을 동시에 안겨주었다. 밀라노의 생활이 익숙해지자 빨간 클래식 중고 자전거를 샀다. 주말 장터에서 산 채소를 앞 바구니에 넣고 오돌토돌, 돌길을 달리면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었다.이태리의 하늘은 유독 파란 색 이었다. 새파란 하늘은 기분 좋은 청량감과 약간의 서글픔을 동시에 안겨주었다. 밀라노의 생활이 익숙해지자 빨간 클래식 중고 자전거를 샀다. 주말 장터에서 산 채소를 앞 바구니에 넣고 오돌토돌, 돌길을 달리면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었다.





한달에 한 번 열리는 나빌리오 플리마켓은 보물창고였다. 빈티지에서 트렌드를 찾는 재미가 쏠쏠했다. 시간이 날 때면, 라 스칼라나 동네 소극장에서 오페라를 즐겨봤다. 모르면 모르는 대로, 그 자체로 충분했다. 화려한 소재들이 작고 가치있게 변모한 결과물이 좋았다. 멋을 알고 소박함도 즐길 줄 아는 사람이 매력적인 것 처럼.


때때로, 방 조그만 베란다에 나와 앉아 햇볕을 쬐곤했다. 기미 쯤은 걱정 되지 않았다. 그렇게 과거를 후회하지 않았고, 미래를 걱정하지 않았다. 오롯이 현재와 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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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도록 많은 여행을 하려 했다. 별 다른 계획없이 기차역에서 행선지를 정하기도 했고, 운이 좋으면 저가항공 20유로 티켓으로 유럽 어디든 누빌 수 있었다. 작은 베낭 하나 메고, 작은도시로의 여행은 삶의 묘미였다.


목적지의 타당성, 어떠한 가성비도 맛집도 따지지 않고 발걸음 닿는 대로 무작정 떠나기를 반복했다. 혼자 떠난 여행에서는 하루종일 공원 벤치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했고, 친구와 멋 모르고 예약한 벨기에의 한 유스호스텔은 남녀 혼숙 이라 2층 침대에서 겨우 잠을 청한 적도 있었다. 한국에서 방문한 지인들, 엄마와 동생과도 몇 주간 여행으로 추억을 쌓았다. 꿈 같은 시간들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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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가면 미술관 전시와 공연을 챙겨봤다. 공원에서 멍하니 있을 시간을 비워뒀고, 카페에 앉아 종이에 글을 끄적이며 사람들을 구경했다. 서점에 들렀고, 되도록 쇼핑은 하지 않았다.


소유 보다 경험의 행복. 남과 비교하는 것의 무의미함. 내가 무엇이 되더라도, 혹여 되지 않더라도 아무래도 괜찮다는 생각을 했다. 그때의 파란 하늘은 이제껏 나를 지탱하는 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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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식은 런던에서 있을 예정이었다. 졸업을 며칠 앞 두고, 한국에 입사지원 한 모 대기업의 면접일정 연락이 왔다. 서둘러 짐을 쌌다. 언젠가는 다시 이 곳에 오게 될 것이라고 굳게 믿으며, 인천 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다음 편에 계속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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